86억원대 재활용 쓰레기 지원금 '꿀꺽'…편취 업자 등 13명 기소(종합)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악용…알고도 묵인 환경공단 간부도 구속
환경부, 재활용 실적 관리체계 올해 하반기 전면 개편
(전주·서울=연합뉴스) 김동철 김승욱 기자 = 폐비닐의 회수·선별·재활용업체들이 제출하는 서류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악용해 86억 원대의 지원금을 편취한 업자들이 덜미를 잡혔다.
전주지검은 최근 3년간 폐비닐 4만2천400t 규모의 회수·선별 및 재활용 지원금 86억원을 편취한 혐의(특경법상 사기)로 회수·선별업체, 재활용업체 등 10개 업체를 적발, 업체 대표 8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지원금 편취 증거를 확인하고도 허위 현장조사서를 작성한 혐의(업무방해)로 한국환경공단 과장을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총 9명을 구속기소 하고 4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사례를 보면 폐비닐 회수·선별업체 대표 A(59)씨는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폐비닐 2만7천600t을 재활용업체에 인계하지 않았는데도 허위계량확인서를 제출, 22억7천여만원의 지원금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폐비닐 회수·선별업체 2곳을 운영하며 업체 사장들과 공모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3개 회사 회수·선별업체 대표도 같은 수법으로 13억7천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호남권 최대 규모의 재활용업체 대표인 B(58)씨는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만2천725t 규모의 재생원료 등을 생산한 것처럼 실적을 신고, 21억4천여만원의 지원금을 빼돌려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처럼 10개 업체가 폐비닐 4만2천400t으로 챙긴 지원금은 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폐비닐 4만2천400t은 라면 봉지 90억개 규모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범행 이면에는 감독기관 직원들의 묵인과 조장이 있었다.
한국환경공단 호남지역본부 과장과 팀장은 지원금 편취 증거를 확인하고도 2016년 7월 현장조사 시 업체의 시간당 재활용 가능량을 부풀려주는 수법으로 허위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해당 과장은 지난해 10월 업체로부터 지원금 단가가 인상될 수 있도록 품질등급을 높여달라는 청탁을 받고 평가 점수를 과다부여한 혐의(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팀장은 업체의 지원금 편취 증거를 확인하고도 2017년 12월 허위 소명자료를 조사하지 않고 해당 업체를 무혐의 조치했다.
또 다른 팀장은 지난해 2월 지원금 편취 사실이 확인된 업체로부터 제재를 최소화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받았다.
검찰은 환경부와 함께 수사를 진행했다. 환경부는 적발업체 10개사에 대해 유통센터와 계약해지를 하고 편취 지원금도 환수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또한 이런 불법행위를 근절하고자 재활용 실적 관리체계를 올해 하반기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우선 실시간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폐비닐 등 선별·재활용 거래의 모든 과정을 점검, 관계자들이 실적을 조작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다.
선별·재활용 업체 실적 현장조사와 점검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업체가 제출한 실적을 한국환경공단이 사후에 서류로 점검해 서류 조작 시에는 적발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매 분기 업체를 현장조사하고 제출 증빙서류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허위 실적 적발 시 내려지는 행정처분과 경제적 제재 역시 강화한다.
환경부는 올해 7월까지 폐비닐 선별·재활용 업체 261개사를 전수 조사해 불법행위를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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