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여당의 새 원내대표, 의회정치 복원 이끌어야

입력 2019-05-08 17:25
[연합시론] 여당의 새 원내대표, 의회정치 복원 이끌어야

(서울=연합뉴스) 임기 1년의 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3선의 이인영 의원이 뽑혔다. 승부 예측이 어렵다던 애초 분석대로 결선을 치르고서야 당선이 확정됐다. 재적의원 128명의 거대 여당 원내지휘봉이 노동운동 출신의 홍영표 의원으로부터 주로 학생운동 세대를 일컫는 86그룹 간판으로 넘어간 것이다. 신임 원내대표는 승리의 축배를 들 여유조차 없이 엄중한 현실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리라 본다. 문재인 정부 2주년이 닥친 데다 정권의 중간평가를 갈음하는 총선이 11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대결 정국이 이어져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장외 투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집권당과 최대 야당이 벼랑 끝 대치를 마다하지 않는 현 정세에서 이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으뜸 과제 중 하나는 국회 정상화와 의회정치 복원이다. 새 원내대표는 특히 여야가 냉각기가 아니라 빙하기를 맞았다는 탄식이 나오는 데 유념하여 한국당의 원내 복귀를 이끌 명분과 실리 제공을 궁리해야 한다. 머지않은 적기에 복안을 가지고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머리를 맞댄다면 더없이 바람직할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는 수동적 태도를 경계하고 신속하게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능동적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 민생·개혁 의제가 쌓여 있는 국회가 개점휴업하고 허송세월하는 행태를 지속한다면 시민들의 정치혐오는 정비례하여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경우 여권이건, 야권이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뿐더러 반(反)정치의 폐해 앞에 절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는 사회의 갈등을 드러내 걸러내고 조정하고 통합하며 제때 시민 요구에 응답하고 민생의 필요를 채워주는 기예다. 그 정치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의회정치'를 고려할 때 요즘의 국회는 반정치의 본산이라고 손가락질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과거 원내총무로 불리다 개명된 '원내대표'는 그 명칭이 보여주듯 명실상부한 '원내'의 '대표'이자 국회의원들의 대표로서 원내사령탑 역할을 맡는 자리다.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직의 무게가 달라진다. 원내대표는 당의 간판 중 간판인 당대표와 또 다른 지위를 가지고서 원내정치를 이끌어야 한다. 신임 원내대표에게 이해찬 대표와 호흡을 맞추되 '보완재' 구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내에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 대표는 50년 집권론에다가 내년 4월 총선 때 260석 획득 같은 발언으로 한국당을 자극하는 등 대야(對野) 강성 이미지가 굳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야당과 싸우면서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주고받기를 해야 할 원내대표의 태도는 이와는 달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당정청 삼각편대에서 꼭짓점의 온전한 지위를 당이 차지하여 민심을 직시하고 대응하는 여권의 리더십으로 승화하길 희망한다. 입법 성과에도 속도를 내 청와대의 계절이 아닌 의회의 계절을 주도하는 몫의 상당 부분은 이 원내대표 하기에 달렸다. 이를 통해 현실정치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도 받는 86그룹의 감점을 조금이라도 벌충하고, 총선에서 야당과 함께 민심의 선택을 겸허히 기다리는 여당을 가꾸어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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