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공장바닥에 자료 감추는 삼성, 대표기업 자격 있나
(서울=연합뉴스)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지난해 5월 회사의 대용량 서버와 직원 노트북 등을 송도의 공장바닥에 숨겨놓았다가 적발됐다.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직원도 비슷한 시기에 회사 공용서버를 떼어내 자신의 집에 숨겨놓았다가 발각됐다.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름을 떨치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얼마나 급했으면 증거자료 인멸을 위해 공장바닥까지 뜯었을까를 생각해보면 혀를 끌끌 차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대기업의 부도덕성은 물론이고, 그룹 차원의 위기대처 방식이 저열한 수준을 드러낸 것 같아 대외적으로 부끄럽기도 하다.
삼성바이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기업이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는데, 삼성바이오의 자산가치를 부풀려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했고 그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높아졌다는 것이 혐의 내용이다.
에피스 임직원 2명은 이미 구속돼 있다. 이들은 검찰 수사에 대비해 관련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합병',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문건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의 경영승계 작업에 어느 정도의 불법이 있었는지는 검찰 조사와 재판이 진행돼 봐야 알겠지만 지금 드러나는 정황으로 봐서는 삼성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삼성은 덩치나 지위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인정받아야 하는 기업이다. 특히 경제 활력 부진에 허덕이는 우리 국민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선전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 지위를 가진 삼성이 최소한의 도덕성도 갖추지 못한 채 재벌 오너의 이익 지키기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의 성원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지경이 된다면 한국 대표기업을 왜 국민은 사랑해주지 않느냐며 원망해도 소용없다.
이제 검찰의 수사는 삼성의 '윗선'으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증거 인멸에 옛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의 후신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 임원들이 관여한 정황을 잡았다고 한다. 삼성이 명성을 지키려면 정정당당하게 검찰 조사를 받고 과오가 있다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자세 없이 국가경제를 빌미로 선처를 바란다면 삼성에 밝은 미래를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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