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판 EHT'로 블랙홀 손금보듯 들여다볼 수 있어
지구궤도 전파망원경 위성 2~3대로 5배 이상 선명하게 관측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달 초 인류 최초로 실제 관측된 블랙홀의 이미지가 공개되면서 과학계는 물론 일반인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세계 곳곳에 있는 8개의 전파망원경으로 지구 크기의 거대한 망원경 망(網)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을 만들어 추정만 해온 블랙홀을 실제 관측의 영역에 끌어들인 것은 대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로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일반 상대성 이론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검증하고 우주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블랙홀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기에는 해상도가 부족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지구 궤도에 2~3대의 우주망원경 위성을 발사해 지상의 EHT보다 5배 이상 더 선명한 이미지를 얻는 안이 제시됐다.
8일 네덜란드 네이메헌 라드바우드 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천문학자 프릭 로엘로프스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 궤도에 전파망원경 위성으로 EHT처럼 가상 망원경을 구성하는 방안을 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주망원경 망에 '사건지평선 이미저(EHI·Event Horizon Imager)'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와 함께 EHI를 가동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인 '궁수자리 A*'를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관측 결과까지 제시했다.
연구팀은 지상 전파망원경 대신 지구 궤도 위성을 활용하면 대기권의 방해를 받지 않아 고출력으로 관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망원경 간 거리도 더 넓게 확대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EHI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유럽우주국(ESA) 등과 협력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위성 망원경의 위치와 속도 등이 고도로 정밀해야 하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관측 데이터도 위성에서 1차로 처리한 뒤 레이저 연결망으로 전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HI는 EHT와는 별도로 가동하는 것으로 제시됐지만 지상 망원경 망과 조합해 사용하면 블랙홀의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고 신호가 더 약한 블랙홀도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라드바우드 대학 전파천문학 교수인 하이노 팔크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이점을 갖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거의 완벽에 가까운 블랙홀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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