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잡기 위해 손 잡은 두 악인…영화 '악인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더 큰 악인을 잡기 위해 악인으로 상징되는 조직폭력배 보스와 정의를 추구할 것 같은 형사가 힘을 합친다. 그 안에서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최근 베일을 벗은 영화 '악인전'은 연쇄 살인마를 잡기 위해 조직 보스와 강력반 형사가 손을 잡는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대장 김창수'(2017)를 연출한 이원태 감독의 액션 누아르로, 최근 제72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중부권을 장악한 제우스파 보스 장동수(마동석 분)는 비 내리던 밤 자신의 차를 추돌해 접촉사고를 낸 남자에게 습격을 당한다.
목숨은 건졌지만, 제우스파 보스가 칼에 찔려 다쳤다는 소식이 퍼지자 장동수의 자존심은 바닥까지 떨어진다. 그런 그 앞에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미친개' 형사 정태석(김무열)이 나타난다.
정태석은 충남 일대에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들이 연쇄 살인마의 짓이라는 확신을 갖고 조사하지만 증거를 찾지 못한다. 그는 장동수를 공격한 자가 바로 그 연쇄 살인마라는 것을 알고 장동수에게 접근한다. 동기는 다르지만, 목적은 같은 이 두 사람은 공동의 적을 잡기 위해 손을 잡는다.
영화는 선한 사람이 악한 사람을 잡는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했다. 나아가 장동수와 정태석, 두 사람을 통해 '선과 악의 불분명한 경계'라는 다소 뻔한 소재를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변주해낸다.
장동수는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했지만, 결국 연쇄살인범을 잡는 공익적 목적에 기여한다. 반대로 정태석이 범인을 잡고자 하는 동기 중에서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은 크게 강조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경찰 내 다른 팀이 먼저 범인을 잡을까 전전긍긍한다.
범인을 찾기 위해 마치 기동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폭들은 기존 범죄영화 클리셰를 전복한 것으로도 읽힌다.
이 주제는 결말에 와서 더 힘을 얻는다. 결국 범인이 장동수와 정태석 중 누구 손에 잡힐지를 예상하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 가운데, '법의 무력함'으로 관객을 다소 답답하게 만들면서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는 것보다 장동수가 범인을 '끝장' 내는 것이 더 통쾌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든다.
영화의 큰 재미요소 중 하나는 서로를 이용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먼저 범인을 잡으려고 경쟁하는 장동수와 정태석이 만들어내는 '케미'다. 서로 협조하면서도 다른 속셈을 지닌 이 둘을 교차 편집해 메시지를 강조한다.
'나쁜 놈' 세 명이 맞붙다 보니 액션 강도는 상당히 세고 폭력 수위는 높다. 첫 장면부터 혈흔이 낭자한다.
마동석은 그동안 그가 맡은 압도적인 외모와 힘으로 언제나 상대를 단숨에 제압하는 캐릭터를 다시 보여준다. 식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먹 한 방에 상대가 나자빠지는 액션 장면은 배우가 마동석이기 때문에 설득력을 얻는다.
이원태 감독은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언론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권선징악 이야기가 아니라 악과 악이 대결하는 모순적 상황을 통해 상대적으로 작동하는 선악 문제를 다뤄보고 싶었다"면서 "2005년에 성인오락실 관련 (조폭들 간) 이권 다툼이 심했고,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칸영화제 초청 외에도 해외에서 온 낭보가 잇달았다.
최근 '악인전'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와 마동석이 이끄는 창작집단 '팀 고릴라' 그리고 실베스터 스탤론이 이끄는 발보아픽쳐스는 이 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밖에도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해외 104개국에 판매됐다.
오는 1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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