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이전 초과근무 소명하세요'…경북도 공직기강 '고삐'

입력 2019-05-08 07:02
'오전 7시 이전 초과근무 소명하세요'…경북도 공직기강 '고삐'

금요일 출장도 자제 요청…"수당 부당수령 오해 없애자는 것"

내부 청렴도 개선 취지에 일하는 직원들 위축 우려도



(안동=연합뉴스) 이승형 기자 = '오전 7시 이전부터 시작한 초과근무에 대해 소명하세요.'

경북도는 최근 이른 아침 초과근무가 잦은 공무원들에게 일찍 출근한 이유를 밝힐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상식선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지나치게 일찍 사무실에 나와 일하는 게 도민 시각에서 수당 부당수령 등 오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북도가 공직기강을 잡고 내부 청렴도를 개선하기 위해 초과근무와 출장 등 복무관리 강화에 나섰다.

야간뿐 아니라 아침 초과근무 허위 신청 여부, 낮 근무시간 준수, 출장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저녁에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한 뒤 부당하게 초과근무 수당을 신청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야간에 사무실을 돌며 실제 근무 여부를 확인하고 나아가 새벽 초과근무까지 철저하게 감시한다.

앞으로 초과근무 필요성을 판단하는 부서장에게 주의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허위로 수당을 받았을 때는 해당 직원뿐 아니라 부서장도 연대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지난해 초에도 수당 부당수령 논란이 일자 실제 초과근무 여부를 확인했으나 여전히 잘못된 관행이 일부 남아있다고 본다.

도는 이번에 초과근무에 대한 소명을 받았으나 수당 부당수령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고 허위로 수당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소명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도는 또 최근 간부 회의에서 금요일 출장을 가는 게 부하 직원들 시선에서 바람직하지 않게 보일 수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도청이 대구에서 안동으로 옮겼으나 가족이 대구에 그대로 있는 경우 간부들이 금요일 일찍 가정으로 가기 위해 출장을 나간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평일 점심시간 준수 등 낮 근무시간도 꼼꼼하게 점검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도청이 안동으로 온 뒤 기강이 해이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기강확립 차원에서 복무점검을 하고 있다"며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고 토착화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기강을 잡아 내부 청렴도를 올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북도는 국민권익위원회의 2018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종합청렴도가 전년도 5등급 최하에서 3등급으로 상승했으나 내부 청렴도는 최하를 면치 못했다.

민원인이 평가하는 외부청렴도와 전문가 등이 평가하는 정책고객평가 점수는 3등급을 받았으나 직원들이 평가하는 내부 청렴도는 오히려 1단계 내려가 최하인 5등급에 머물렀다.

이 같은 공직기강 다잡기에 대해 일부에서는 잘못된 관행은 뿌리를 뽑는 게 당연하나 도지사가 자율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열심히 일하려는 직원들마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일하려고 나왔는데 왜 소명해야 하느냐, 괜히 오해받기 싫어 금요일 출장을 아예 가지 않는다"는 불만 섞인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철우 도지사는 취임 이후 줄곧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공직 분위기 속에서 업무 성과를 높이도록 권장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도지사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라고 하는 것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하라는 것이지 상식을 벗어나는 근무는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h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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