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 크레인 충돌사고는 신호수 등 현장 직원들 잘못"(종합)
법원, 현장 크레인 신호·조작 관련자 유죄·안전관리자 무죄 선고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근로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 원인은 회사 측 안전관리 소홀보다는 현장 직원들의 잘못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 유아람 부장판사는 7일 크레인 충돌로 직원들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중공업 전·현직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직원 등 15명 중 골리앗 크레인 신호수였던 이모(48) 씨 등 크레인 조작에 관련된 직원 7명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유 부장판사는 당시 골리앗 크레인이 이동하면서 고정된 다른 크레인과 부딪쳐 사고가 났다며 골리앗 크레인 조작 관련 직원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유 부장판사는 골리앗 크레인 신호수 이 씨와 이 씨의 신호지시를 직접 받는 위치에 있던 정모 씨에게는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골리앗 크레인 조작 등을 맡았던 최모 씨와 현장 작업반장 등 5명에게는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고인 15명 중 유일하게 검찰이 구속기소를 해 구금됐던 신호수 이 씨를 제외한 골리앗 크레인 신호·조작 관련자 5명에게는 80∼240시간씩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유 부장판사는 이어 골리앗 크레인과 부딪친 고정식 크레인 운영 직원 3명은 벌금 500만원∼700만원씩을, 현장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직장 급 직원 1명에게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유 부장판사는 "사고가 난 곳은 하루에도 몇번씩 크레인이 통과하는 지역이다"며 "신호수 등 크레인 신호·조작 직원들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회사가 유족과 합의한 점, 부상자 피해 회복에 노력한 점을 고려해 금고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유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시 조선소 안전보건총괄책임자였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조선소장(전무) 김모(63) 씨 등 안전보건 관리직 직원 4명과 삼성중공업 법인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유 부장판사는 크레인 충돌방지 장치가 다른 조선소에도 없는 점 등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만 안전규정이 미비해 사고가 났다고 볼 수 없다며 관리자들의 업무상 과실이나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났다는 점은 입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유 부장판사는 "당시 안전규정 미비로 크레인 사고가 발생했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대부분 사고 이후 마련된 지침이며 삼성중공업의 안전규정이 다른 조선소보다 떨어지지 않아 관리직원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산업·안전 총괄 책임자 등은 전체적인 환경을 구축하는 등 의무가 있을 뿐 개별 중장비를 관리·감독하고 현장을 직접 확인할 주의·감독 의무는 없어 산업안전관리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유 부장판사는 다만, 안전보건 협의체 운영의무 위반 등 크레인 사고와 직접 관련 없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삼성중공업 법인과 전 조선소장 김 씨에게 벌금 300만원씩을 선고했다.
노동절이던 2017년 5월 1일 오후 2시 50분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야드 내 7안 벽에서 800t급 골리앗 크레인이 이동하면서 근처에 있던 고정식 크레인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고정식 레인이 무너지면서 바로 아래에 있던 흡연실과 화장실을 덮쳐 직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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