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 나서는 문무일, '기본권 침해·수사비효율' 부각할 듯

입력 2019-05-06 12:12
수정 2019-05-06 14:43
여론전 나서는 문무일, '기본권 침해·수사비효율' 부각할 듯

영장신청 남발·중복수사·수사지연 등 강조할 듯

언론 통해 설득 뒤 국회논의 적극 참여 전망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최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상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 해외 순방일정마저 도중에 접고 귀국하면서 그의 후속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이 검찰 개혁이라는 대의를 담고 입법에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민의 여론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쏟아 검찰의 주장이 입법 과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게 문 총장의 복안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한 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논의과정에서 검찰은 사실상 경찰에 완패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입법 단계에서는 '배수진'을 치고 목소리를 내겠다는 게 검찰의 계획이다.



6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문 총장은 7일 대검찰청 고위간부들을 소집해 수사권조정안 공개반발 사태에 대한 후속대책과 향후 국민 여론 설득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수사권조정안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강제수사를 겪어야 하는 국민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우선 강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권조정안은 검사가 영장신청을 기각하면 경찰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고,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영장청구 여부에 대한 심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은 검찰이 사법적 판단에 따라 경찰의 영장신청을 기각하면 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는데 수사권조정안은 불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검찰은 국민을 강제수사의 위험에 한 번 더 빠뜨려 심각한 기본권 침해를 불러올 수 있는데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찰이 검찰의 영장신청 기각에 불복했을 때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원회가 판단하도록 한 점을 문제 삼을 예정이다. 사실상 법관이 아닌 자에 의한 재판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검찰과 경찰이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 영장을 먼저 청구한 곳에서 수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수사대상자에 대한 무리한 영장신청을 부추기면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헌법상 영장청구권은 검사에게 있는데도 경찰이 검사의 영장청구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외부위원이 심사해서 당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수사권조정안이 수사실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검찰이 여론전에서 부각할 만한 부분이다. 비효율적인 수사가 계속되면 국민만 피해를 본다는 취지다.

검사의 직접수사가 제한되면서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토한 검찰이 새로운 범행이나 공범을 발견하더라도 직접 수사하지 못 하고 경찰에 넘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검찰이 수사권조정안의 또 다른 쟁점으로 보고 있다. 검찰로 이미 송치됐는데 경찰이 또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중복수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검찰의 수사지휘가 폐지되면서 경찰에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더라도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검찰이 보완수사를 할 수도 없다는 점도 검찰은 문제 삼고 있다. 부실수사가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에 근거한 주장이다.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준 것 자체도 입법 과정에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검찰과 경찰의 갈등만 유발해 수사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 검찰이 재수사요청을 하더라도 경찰이 또 불송치 결정을 하면 검찰로서는 재수사요청만 다시 할 수 있어 수사가 무한정 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기록을 보유하는 기관을 검찰과 경찰로 이분화한다는 법안 내용은 수사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검찰은 주장한다. 수사권조정안은 경찰이 종결한 사건의 기록은 경찰이 보관하고 검찰이 종결한 사건의 기록은 검찰이 보관하도록 하는데, 광범위한 사건 분석을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작업이 그만큼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논리다.

문 총장은 내부 논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권조정안의 이 같은 문제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언론을 통해 대국민 설득작업에 나서는 한편 국회의 논의과정에도 적극 참여해 수사권조정안 보완·수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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