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2년] ⑨ 권력기관 개혁 드라이브…수사권조정 '난제'

입력 2019-05-07 06:00
수정 2019-05-07 07:02
[文정부 2년] ⑨ 권력기관 개혁 드라이브…수사권조정 '난제'

국정원·기무사·경찰 줄줄이 적폐청산 수사대상…정보기능 축소·폐지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에…檢 반발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보수정권 시절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채 정치적 외풍에 크게 휘둘렸던 권력기관 개혁작업은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혀왔다.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화두를 내걸고 권력기관의 치부를 파헤치는 사정활동이 2년 넘게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 경찰 등 수사·정보 기능을 가진 권력기관들의 반헌법적 일탈과 불법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어느덧 적폐청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신 권력기관의 반헌법적 정치개입을 차단하고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제도적 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지난달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지만 검찰 반발이 만만찮아 진통이 예상된다.

◇ '적폐수사 2년' 권력기관 정치개입 치부 드러나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기소로 국정농단 사태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상태에서 출범했다. 이후 2년에 걸친 적폐청산 수사는 권력기관과 정부 부처들이 보수정권에 어떻게 조력했는지 규명하는 작업이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댓글 공작을 벌인 의혹이 이미 사실로 드러난 국정원은 적폐청산 수사 초반 집중 타깃이 됐다.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한 의혹이 새로 불거졌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명진 스님, 배우 문성근씨 등 이명박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사찰한 정황도 나왔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닮은꼴인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의혹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정권 2년차 권력기관 사정작업은 기무사 등으로 확대됐다. 기무사는 별도 조직을 꾸려 옛 여권을 지지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아 여론을 조작하고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들을 불법 사찰한 사실이 국방부 자체 조사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7월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위수령 발령과 계엄 선포를 검토한 문건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군과 검찰은 합동수사단을 꾸려 내란음모 혐의점까지 검토했지만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이미 해외로 출국한 뒤여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계엄문건 작성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댓글 공작 등 갖은 불법행위가 드러난 기무사는 국군보안사령부에서 이름을 바꾼 지 2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새로 창설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킨다는 전제하에 보안·방첩 기능을 물려받았다.

국정원·기무사에 이어 정보경찰이 기능을 악용해 부당한 정치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두고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실상 권력기관 적폐청산 수사의 마무리 단계로 평가되는 이 수사는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이른바 '영포빌딩' 문건이 수사의 단초가 됐다.

경찰은 특별수사단을 꾸려 자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보강수사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때도 정보경찰이 선거에 개입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사찰한 정황을 추가로 확보했다. 검찰은 박근혜 청와대에서 치안비서관을 지낸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과거 경찰 수뇌부를 사법처리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 정보기능 폐지·축소…수사구조 개혁법안 절반만 패스트트랙

권력기관에 대한 수사와 동시에 불법행위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제도개혁도 진행됐다. 국정원 등은 정치개입·불법사찰의 온상으로 지목된 정보수집 기능을 축소 또는 폐지하며 선제적으로 자정에 나섰다.

국정원은 정부 출범 직후 국내 정보 담당관(IO) 제도를 전면 폐지했고, 경찰은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제정해 정보활동의 범위를 범죄정보 등으로 제한했다. 검찰 역시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을 대폭 축소하고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 같은 개선책을 법적으로 뒷받침할 법률 개정 작업은 더딘 편이다. '무소불위 권력'의 대명사 격인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이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최장 330일간 진행될 논의 테이블에 올랐으나 난관이 적지 않다.

패스트트랙 법안에 따라 공수처와 경찰에 권한을 넘겨줘야 하는 검찰의 반발이 걸림돌로 꼽힌다. 권력기관 한 곳의 기능을 재편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형사사법 체계에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는 사안이어서 검찰의 여론전에 따라 국민 기본권 침해를 둘러싼 명분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경우,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경찰이 수사종결권까지 갖도록 하는 등 경찰의 재량을 대폭 늘린 반면 이를 통제할 방안은 미흡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나 권한남용을 견제하기에 부족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반면, 경찰은 수사권 조정법안이 영장 관련 보완 수사 요구권과 직무배제 및 징계요구권을 담고 있고, 송치 후에도 보완 수사 요구 등이 가능해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장치를 충분히 갖췄다고 반박한다.



2년간 권력기관을 수사한 결과, 정보·수사 기능을 분리할 필요성이 확인된 만큼 수사구조 개혁과 국가정보체계 개편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법조계 일각의 의견도 향후 논의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정원 명칭을 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국내정보 수집을 직무범위에서 제외하는 한편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지난해 1월 발의됐으나 이번 패스트트랙에는 오르지 못했다.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경찰법 개정안도 제외됐다.

이들 법안대로라면 경찰이 국내정보 업무를 사실상 전담하면서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게 된다. 다만 대공수사를 비롯한 국가경찰의 수사에는 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청장이 구체적으로 관여하지 못하도록 견제장치를 뒀다. 검찰은 경찰권력 비대화를 막기 위해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수사)·행정(정보)경찰 분리가 수사권 조정과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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