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2년] ③野와 소통 의지…文대통령 '협치'로 국정운영 드라이브 거나

입력 2019-05-07 06:00
수정 2019-05-07 06:52
[文정부 2년] ③野와 소통 의지…文대통령 '협치'로 국정운영 드라이브 거나

'국정 동반자' 취임 일성이었지만…한국당 등과의 협치에 난항

입법 협조 없이는 국정성과 내기 힘들어…의회와의 협치 절실

전문가 "여야정 상설협의체 가동보다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 자세"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17년 5월 10일 여의도를 찾아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과 야 3당 지도부를 차례로 만났다.

국정을 안정시키고 개혁 과제를 추진하려면 국회와의 협력이 필수이므로 입법부와 원활한 관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취임 직후부터 부각한 것이다.

특히나 이전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국론 분열을 해소하는 것이 새 정부의 과제 중 하나였던 만큼 문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더욱 이목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 "앞으로 국회를 존중하고 국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당과도 소통하고 대화하며 국정 동반자의 자세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80%대까지 끌어 올리는데 있어 중요한 동력이 됐다.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소통'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그러나 여소야대(與小野大) 지형 속에 협치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권 초반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적폐청산 작업은 보수 야당과의 갈등을 유발했다.

이후에도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민생·개혁법안 등 각종 현안을 놓고도 야당과 대립하며 녹록지 않은 환경을 마주해야 했다.

이런 환경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제안했던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모으는 기대감은 작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회동한 자리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고 이전까지 구호에만 그쳤던 '협치'를 구현할 확률을 높였다.

당시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분기별 협의체 1회 회의 개최를 명시한 합의문을 채택했고 첫 회의 시기도 11월로 못 박았다.

11월 5일에 열린 첫 협의체 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과 규제혁신 관련 법안 및 신산업 육성 지원 법안 처리 등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소기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회 간 제대로 된 협치가 이뤄졌다고 할 만한 장면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 당시 분기에 한 번씩 회의를 연다는 원칙에 따라 올해 2월 2차 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개혁법안 처리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 속에 이는 열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하는 자리도 없었다.

정무 라인이 야권과의 경색된 관계를 풀고자 물밑 조율을 벌였다고는 해도 국민 앞에 내보일 수 있는 협치의 성과는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선거제·개혁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극한의 대치를 이어온 탓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여야의 대립이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혼돈으로 이어지고 제1야당이 거리로 나가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에 나서면서 대화의 여지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협치의 가능성을 작게 한 책임이 여야에 있다고 해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를 방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 2일 문 대통령이 사회 원로를 청와대로 초청해 연 오찬 간담회에서 이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6개월이 더 지나면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 시기적으로 성과를 내야 할 때"라며 "국회가 극한대결로 가고 야당이 극렬하게 저항하면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것이 순조롭게 되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즉, 정부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협치가 더욱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전 장관이 "이런 국면에서는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문제를 풀기 힘들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정국을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직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현재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0%대 중반을 기록해 과거 정권과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 지지율이 한때 80%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협치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현시점의 지지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새겨볼 만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적폐청산 등에 한창 드라이브를 걸 때와 비교해 반 토막이 난 지지율을 보고 '조기 레임덕'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결국 야권과의 소통으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등 협치 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문 대통령이 사회원로와의 간담회에서 '先 적폐청산 後 협치' 원칙을 제시한 것에 한국당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협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공존한다.

이 때문에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복원 등을 넘어서서 야권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 대표를 많이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당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지 않으면 정치적 효능감은 '제로'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단순히 야당을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역지사지' 자세로 야당과 진정한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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