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세…지방은행들 1%대 속출

입력 2019-05-06 07:01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세…지방은행들 1%대 속출

대출규제·경기둔화 영향…"저신용·다중채무 부실 예의주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홍정규 김연숙 한혜원 기자 =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다.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올해 1분기에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0.41%로 전분기 대비 0.10%포인트, 전년동기대비 0.08%포인트 올랐다. 농협은행은 0.41%로 전분기 대비 0.02%포인트 내렸지만, 전년동기 대비로는 0.04%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0.24%)·신한은행(0.23%)·우리은행(0.21%)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국민은행의 경우 전분기 대비 0.04%포인트, 전년동기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은 은행들의 정기적인 연체채권 처리(매각·상각 등)로 연말에 낮아지고 연초에 다시 높아지는 계절성을 띤다. 이런 점을 고려해도 2017년 1분기 0.24∼0.41%이던 이들 5개 대형은행의 연체율이 2018년 1분기 0.18∼0.37%로 낮아졌다가 올해 1분기 0.21∼0.41%로 반등한 것이다.

연체율 급등과 관련, 하나금융지주 황효상 리스크총괄은 실적발표 때 "1분기에는(부실채권) 매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거액 대출자의 사망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은행 전체적으로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 상승은 대출규제 강화와 경기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진단이다.

1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의 비중을 나타내는 연체율은 대출잔액이 늘수록 분모가 커져 수치는 낮아진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자 이자상환비율(RTI) 규제가 도입되고, 자금의 용도 외 유용을 점검하는 등 대출규제가 강화됐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대출규제보다 최근의 경기둔화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자영업자의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올해 1월 58(기준치 100)까지 떨어졌다가 2∼4월 63∼66으로 다소 회복했다. 상가정보연구소 분석을 보면 자영업 경기 악화로 폐업이 늘면서 서울의 상가점포가 지난해 8천개 가까이 감소했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가계·기업대출의 연체율은 시중은행에선 1% 미만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지방은행은 연체율이 이미 1% 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방경제, 특히 자동차·조선·해운업이 직격탄을 맞은 곳을 중심으로 경기가 나빠졌고, 이들 지역에서 영업하는 지방은행의 연체율도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전북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1.02%를 기록했다. 제주은행[006220]은 2017년 4분기 1.09%를 기록했던 기업대출 연체율을 지난해 4분기에 0.38%로 떨어트렸다. 부산은행도 지난해 3분기 0.96%로 올랐던 기업대출 연체율을 매각·상각으로 4분기 0.52%로 낮춘 상태다. 일부 지방은행의 연체율은 1분기에 다시 1%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연체율 반등이 실물경기지표의 악화나 소득 양극화 등과 맞물릴 경우 자영업자, 저신용·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부실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만 "연체율은 그동안 매우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다가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상황을 과장하거나 지나친 공포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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