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힘' 이태희, 연장 승부 끝 매경오픈 제패(종합)
3차 연장에서 2ｍ 버디…우승 상금 3억원 받아 상금 1위 도약
(성남=연합뉴스) 권훈 기자 = '3억원의 사나이' 이태희(35)가 3차례 연장 승부 끝에 GS칼텍스 매경오픈 정상에 올라 지난해 놓친 상금왕을 향해 힘차게 도약했다.
이태희는 5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18번 홀(파4)에서 치른 야네 카스케(핀란드)와 3번째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내 우승했다.
이태희와 카스케는 최종라운드에서 나란히 이븐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로 연장전에 진출했다.
3차례 이어진 연장전에서 이태희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1차 연장전에서 4퍼트로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하지만 카스케가 1ｍ가 채 안 되는 보기 퍼트를 놓쳐 기사회생했다.
2차 연장전에서도 3퍼트 보기를 했지만 카스케도 파세이브를 하지 못했다.
3차 연장전에서 이태희는 2ｍ 내리막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온 카스케는 이태희가 버디 퍼트를 하기 전에 보기 퍼트도 넣지 못해 일찌감치 백기를 들었다.
이태희는 "1차 연장전에서 졌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상대 선수 실수로 다시 기회를 잡으면서 다음 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우승 세리머니를 화려하게 펼치지 못한 건 너무 지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은 이태희는 상금랭킹 1위(3억1천277만원)로 올라섰다.
이태희는 지난해 5월에도 우승 상금 3억원이 걸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상금왕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박상현(36)에게 밀려 상금랭킹 2위로 시즌을 마친 바 있다.
2015년 넵스 헤리티지, 작년 제네시스 오픈에 이어 투어 통산 3승째.
첫날부터 공동 선두에 나선 이태희는 한 번도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기록도 남겼다.
지난해 아들 서준을 낳은 뒤 3년 만에 통산 2승 고지에 올랐던 이태희는 "아들이 걸음마를 시작한 모습을 보니 더 힘이 났다"며 아들을 안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태희는 "2015년에 대상은 한번 받았으니 올해는 상금왕이 욕심난다"면서 "이번 우승을 계기로 더 큰 무대로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3차례 이어진 연장전도 힘겨웠지만 앞서 치른 4라운드에서도 이태희는 가스케와 혈투를 벌여야 했다.
공동 선두로 4라운드에 나선 이태희는 4번 홀까지 2타를 줄여 한걸음 앞섰지만 1타를 잃은 7번 홀(파4)에서 가스케에게 샷 이글을 맞아 역전당했다.
12번 홀(파4)에서 버디를 뽑아낸 가스케에 2타 뒤진 채 끌려가던 이태희는 14번 홀(파5)에서 칩샷 버디로 승부의 물꼬를 돌렸다.
가스케가 14번 홀에서 세 번째 샷과 네 번째 샷을 모두 짧게 치면서 1타를 잃어 이태희는 다시 공동 선두에 복귀했다.
이태희는 "우승에 이르는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둘은 16번 홀(파4), 17번 홀(파3)에서 나란히 1타씩을 잃었지만 18번 홀(파4)을 어렵게 파로 막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넘겼다.
2015년 아시아프로골프투어 2부 투어에서 2승을 올렸을 뿐 1부 투어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낸 적이 없는 무명 가스케는 나흘 내내 선두권을 달린 끝에 생애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거뒀다.
군 복무를 마치고 이번 시즌 코리안투어에 복귀한 '돌아온 장타왕' 김대현(31)은 버디 7개를 쓸어 담으며 6언더파 65타를 쳤다. 그는 단 1타가 모자라 연장에 합류하지 못했다.
2010년 이 대회 우승을 앞세워 상금왕에 올랐던 김대현은 앞서 치른 2차례 대회에서 공동 44위, 공동 22위에 이어 세 번째 경기 만에 3위에 올라 예전의 기량을 거의 회복했음을 알렸다.
대회 사상 첫 2연패와 3회 우승에 도전한 디펜딩 챔피언 박상현은 4위(6언더파 278타)를 차지해 체면은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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