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형무기 발사 대대적 공개…평화국면 첫 '군사능력 과시'

입력 2019-05-05 13:40
수정 2019-05-05 15:34
北, 신형무기 발사 대대적 공개…평화국면 첫 '군사능력 과시'

발사장면 사진 보도, 화성-15형 후 1년 5개월만…美에 양보 압박 의도 분석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5일 한반도 평화 국면 이후 처음으로 미사일 발사가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무기 훈련 장면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대내외 매체에 전날 동해상에서 진행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 사진을 20장 이상 공개했다.

특히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빼닮은 발사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화염을 뿜으며 치솟는 모습이 여러 각도에서 공개됐다.

이는 북한이 이날 보도에서 '전술유도무기'라고 지칭한 것으로, 작년 2월 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국방부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 300㎜ 방사포를 다수 포함한 것으로 파악된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예전 '도발국면' 때처럼 과시적으로 발사 장면을 공개한 것 자체가 대미·대남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로 핵무력 완성을 주장한 이후 약 1년 5개월간 무기 훈련이나 실험 모습을 대외에 노출하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방침을 밝히고 남북대화, 북미 협상에 들어가는 등 한반도 정세가 평화로 급전환하면서 군사적 위협도 중단한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무기 실험을 했을 때도 미국과 한국 등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무기 모습을 직접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의 신형 첨단전술무기 시험 지도 당시에는 김 위원장이 수행 간부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의 사진 1장만 노동신문에 게재하고 무기 모습은 전혀 노출하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 참관 때는 아예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에 '셈법 변화'와 '입장 재정립'을 요구하며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대적 무기훈련 공개라는 강수를 둔 것은 한반도 정세가 과거 같은 긴장 국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를 통해 미국의 양보를 한층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발사를 참관하며 자체의 억지력 구축과 경제적 자립으로 미국과의 대치 상황을 버텨내겠다는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고 담보된다는 철리"를 명심하고, "어떤 세력들의 위협과 침략으로부터도 나라의 정치적 자주권과 경제적 자립을 고수"할 수 있도록 전투력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북미협상 공백 상황에서 주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완화하고 결속을 강화하려는 취지가 엿보인다. 이날 북한 매체 사진에서는 김 위원장이 비장한 표정으로 발사를 참관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만성적인 전력난 속에서 함경남도 금야군이 지방 특성에 맞게 건설한 중소형발전소도 시찰하며 경제적으로 자력갱생을 도모하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보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번 공군부대와 양어장을 동시에 방문한 것처럼 이번에도 안보와 경제를 모두 잡으려는 대내적 행보"라고 진단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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