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납치 진전 없어도 무조건 정상회담"…대북방침 변경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납치문제에 진전이 있을 경우 북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기존 입장을 변경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조건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4일 보도했다.
통신은 복수의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하며 일본 정부가 조만간 북한 측에 이런 방침을 전한 뒤 북한이 북일 정상회담에 응할지를 주의 깊게 지켜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의 진전이 있을 경우에만 북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갖고 북한 측과 물밑 접촉을 해왔다.
하지만 북한 측은 납치문제는 해결이 끝난 일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양측간 대화에 속도가 나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 조건 없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다 ▲ 2002년 북일평양선언에 기초해 국교 정상화를 지향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 북한이 요구하는 다양한 의제에 관해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등 3가지 원칙을 갖고 북한과의 대화에 임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방침을 바꾸면서까지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북한 문제에서 주변국 중 일본만 소외되고 있다는 '재팬 패싱(일본 배제)'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일본은 북한을 둘러싼 6자회담 참가국 중 유일하게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 나라가 됐다.
통신은 아베 정권이 정세가 크게 변하고 있는 북한 문제에서 고립을 피하기 위해 허들을 낮춰 회담을 성사시키려고 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개최'는 회담 실현을 위한 아베 총리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일본 정부 소식통의 이야기를 전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요구할 경우 식민지 지배 과거 청산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과 대화를 하기로 했다. 북한은 그동안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반복해서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에게는 북일 쌍방이 합의하고 있는 평양 선언으로 되돌아가 김 위원장과 신뢰 관계를 구축한 뒤 납치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평양 선언은 과거 청산과 납치문제 등 현안의 해결을 통해 국교 정상화를 실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내가)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 보며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단성 있게 행동하겠다"고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지난달 나온 외교청서에는 예년에는 있었던 '북한에 대한 압력'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며 북일 정상회담 성사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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