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식량상황 우려"…대북 인도지원 본격적 검토 나서나

입력 2019-05-03 20:26
정부 "北식량상황 우려"…대북 인도지원 본격적 검토 나서나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 '바닥'…신뢰 채울 동력으로 활용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유엔이 3일 북한의 식량부족 사태에 인도적 개입이 시급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할지 주목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 현지조사를 토대로 이날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의 식량 생산이 10년 사이 최악이라며 "식량 생산 부족분을 완화하기 위해 인도적 개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조사 결과 발표 직후 "같은 동포로서 인도적 차원에서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부는 최근 당국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 가능성이 언론 등에서 제기됐을 때 "현재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해왔다.

그런데 이날 조사 결과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 의지도 언급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데 무게가 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북 식량지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번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그동안 단편적인 정보로 알려져 온 북한의 최근 식량난 실태가 국제기구의 현지 실사를 통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파악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앞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WFP, FAO 등의 북한 작황조사 결과 등 북한 내 식량 사정에 대해서 주시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통일부 당국자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조사로) 현지 상황에 가까운 작황 상태를 볼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들이 저희 정부와 국제사회가 기다리고 있는 내용"이라며 관심을 드러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심각한 식량 상황이 데이터로 확인되고, 국제기구가 인도적 개입 필요성을 공식화했기 때문에 대북 지원을 검토할 일종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적절한 기회가 되면 (인도적 지원 방안을) 활용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정체된 남북·북미관계에 숨통을 틔울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인도지원만으로 돌파구가 열리기는 어렵지만, 남북·북미 사이의 신뢰 회복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12일까지 이뤄진 FAO와 WFP의 현지조사도 북한의 요청에 따라 이뤄지는 등 북한도 식량난 타개가 나름대로 절박한 상황이다. 평소 자존심 강한 북한이지만 최근에는 외교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식량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17년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유니세프와 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의결했지만,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가 이어지면서 실제 집행은 미뤄왔다.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비교적 공감대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22일에는 여야 국회의원 70명이 '대북 인도적 지원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조만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열릴 한미 워킹그룹 회의 등에서 대북 인도지원 가능성을 미측에 타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들도 이달 중순께 해외 원조 관련 행사 참석차 방한할 것으로 전해져 정부와 대북 지원 관련 의견 교환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과 최근 상호 여론전을 통해 '압박'을 이어가는 미국이 여전히 대북 지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남북관계와 한미 공조에 대한 남측의 근본적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대북 지원으로 그동안의 대남 태도를 단박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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