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주 52시간 고비 넘었지만 노사 협상 '난항'
노조 9일 파업 찬반 투표…임금 인상·복지기금 연장 요구
사측 난색…8일·14일 조정 절차 남아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 갈등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고비는 넘었지만 임금 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되며 노조는 파업을 저울질 중이다.
5일 버스업계에 따르면 60여개 버스회사 노조로 구성된 서울시버스노조는 9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사측과 협상이 더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사는 올해 단체협약을 두고 작년 11월부터 지난달 24일까지 10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지난달 2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했다. 기존 단협은 지난 1월 31일 이미 종료됐다.
이번 쟁의조정 신청은 전국 단위로 이뤄졌다. 서울 외에 부산, 인천, 대구 등 전국에서 234개 노조가 지난달 29일 일제히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각 지역 노조가 속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조정이 불발될 경우 15일 전국 단위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요 현안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임금 감소다. 노선버스는 7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자동차노조연맹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월 최대 110만원의 임금이 줄어들 것'이라며 대책으로 인력 충원과 임금 감소분 보전을 요구한다. 사측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서울 버스업계는 이러한 현안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작년부터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고, 운행 횟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주 52시간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한 데다 준공영제(적자분을 지자체가 보전해주는 제도)로 인해 재정 여건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낫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연간 버스업체에 보조해주는 금액은 2천600억∼2천700억원 수준이다.
서울시버스노조는 그러나 여전히 일부 장거리 노선의 경우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하게 된다며 추가 노선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5.9% 임금 인상을 비롯해 정년 연장과 학자금 등 복지기금 연장도 주요 요구 사항이다.
노조는 경기도 등 다른 지역처럼 현재 61세인 정년을 63세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한다. 복지기금의 경우 서울시의 지원금을 재원으로 노조가 5년 혹은 10년 단위로 운영해왔는데 기한 만료로 이달 31일 지급이 중단된다.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경영상 부담을 이유로 임금 인상과 복지기금 연장 모두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문제가 되는 노선은 계속해서 운행 횟수를 조정 중"이라며 "복지기금 연장은 노사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조가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8일과 14일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남아있는 데다 파업 찬반 투표 결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2012년과 2015년에도 파업 직전 노사협상이 막판 타결되며 파업을 피한 전례가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노위 조정과 투표 결과를 보고 향후 투쟁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며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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