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로 한국 찾은 에즈라 밀러 "배우든 가수든 지향점은 같다"

입력 2019-05-03 18:10
밴드로 한국 찾은 에즈라 밀러 "배우든 가수든 지향점은 같다"

밴드 '선즈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 4일 내한공연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배트맨과 원더우먼 등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사이에서 최근 급부상한 캐릭터가 있다. 초인적 반사신경에 물리학 법칙을 거스르는 스피드를 자랑하는 '플래시'다.

배우 에즈라 밀러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저스티스 리그' 등에서 플래시 역을 맡아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그러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 배우가 사는 방식은 여느 할리우드 스타와는 확연히 다르다.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비주류 '인디 감성'을 물씬 풍긴다.

그가 이끄는 인디밴드 '선즈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에서도 그런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단독 내한공연을 위해 한국에 온 밴드의 세 멤버 에즈라 밀러, 라일라 라슨, 조시 오빈을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콘티넨털 코엑스호텔에서 만났다.

라일라 라슨은 "지난번에 왔을 때도 느꼈지만 한국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확실히 남다르다"며 "팬들이 우리 밴드가 왜 활동하는지 되돌아보게 하고,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해준다"고 말했다.

포크에서 힙합, 로큰롤, 펑크, 일렉트로닉까지 장르 경계를 넘어선 대담하고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은 지난해 8월 '코믹콘 서울 2018'에 참가한 바 있다.

멤버들은 '코리안 대드(한국 아빠)'라고 부른다는 한국 한 음악인과의 인연도 소개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에즈라 밀러는 "한국에 올 때마다 그분과 만나는 경험이 밴드에 아주 소중하다. 우리 밴드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많고 대중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분"이라며 "그가 한국어로 된 노래를 들려줬는데, 가사는 모르지만 심금을 울리는 음악에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에즈라 밀러는 틸다 스윈턴 주연 독립영화 '케빈에 대하여'에서 아들 케빈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후 '월플라워', '신비한 동물사전' 등에 출연해 팬층을 넓혔다.

팬이 선물한 두루마기를 입고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등 한국 팬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준 그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한국 배우 수현과도 돈독한 우정을 자랑한다.

배우와 밴드 활동을 병행하는 에즈라 밀러는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 지향하는 것은 같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가들은 어떤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진실'을 보여주고, 관객들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통해 그들이 보고자 하는 것을 얻어간다"고 설명했다.

에즈라 밀러는 열정적인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음악에서도 환경 문제 등을 다룬다.

에즈라 밀러는 "우리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환경 측면에서는 실패한 부분 등 사회의 여러 비극적인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떻게 건강하게 사회에 녹아들도록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도시적이고 섹시한 외모로 사랑받는 에즈라 밀러가 평소 버몬트 농장에서 생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밴드 멤버들은 농장 이야기가 나오자 그곳에서 키우는 염소 이야기를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에즈라 밀러는 "농장에서 나무가 자라고 동물들이 태어나고 죽고 그런 자연환경을 접하면 사랑도 볼 수 있지만 대자연이 얼마나 잔혹한지도 보게 된다"며 "많은 성찰을 하게 되고 밴드 음악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뉴욕 브루클린을 거점으로 결성된 이 밴드는 어쿠스틱 듀오로 시작해 5인조 밴드를 거쳐 현재 3인조로 활동 중이다.

세 멤버 모두 곡 작업에 참여하고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 등 여러 악기를 번갈아 연주한다.

이번 내한공연은 4일 저녁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