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리, 수뢰혐의 차관에 해임 통보…연정 긴장 고조
극우정당 '동맹' 소속 차관 거취 놓고 포퓰리즘 연정 갈등 증폭 조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건설교통부 차관에게 사실상 해임을 통보하면서 포퓰리즘 연립정부의 긴장이 한층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콘테 총리는 전날 "나는 이번 내각이 높은 공적 윤리를 갖도록 일관되게 촉구해 왔다"며 "차기 각료회의에서 아르만도 시리 차관의 해임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결정은 정치적인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사법적 수사 결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극우 성향의 정당 '동맹' 소속의 중진 정치인인 시리 차관은 도주 중인 시칠리아의 악명 높은 마피아와 연계된 풍력발전 분야 사업가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3만 유로(약 4천만원)를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맹과 함께 포퓰리즘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혐의의 심각성에 비춰 그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동맹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시리 차관의 잘잘못이 수사를 통해 가려질 때까지는 그가 사퇴할 필요가 없다고 맞서왔다.
가뜩이나 주요 의제들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포퓰리즘 연정의 내분이 이 문제로 한층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연정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콘테 총리는 지난달 29일 시리 차관과 개별 면담한 뒤 그의 거취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리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시리 차관은 이날 콘테 총리의 결정이 발표되기 직전에 자신의 결백을 다시 한번 주장하면서 "검찰 조사를 받은 후 검찰이 이 사건을 즉각 기각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콘테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리 차관의 시도는 단순히 결정을 늦추려 하는 것이라며 "추후 사퇴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콘테 총리의 이 같은 결정에 동맹의 당수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즉각 반발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시리 차관에게는 일단 검찰에서 혐의를 소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것이 문명사회의 방식"이라며 "콘테 총리는 결백을 주장하는 시리를 제거하려는 결정에 관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맹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콘테 총리가 시리 차관 문제에 있어서 오성운동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이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디 마이오 부총리의 이 같은 대응은 이번 결정을 둘러싸고, 연정을 구성한 두 정당 간 긴장이 더 심화해 정부 존립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디 마이오 부총리와는 달리 오성운동 소속인 다닐로 토니넬리 건설교통부 장관은 3일 현지 라디오에 출연해 "시리 차관은 차기 각료 회의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가 논의되기 전에 즉각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해 그의 즉각적인 사퇴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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