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말레이 前 총리 비자금 2천300억원 말레이에 반환키로"
'전체 5조원 추산' 해외 비자금 환수 본격화 여부 주목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미국 당국이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빼돌린 공적자금으로 조성된 자국 내 자산 중 2억 달러(약 2천300억원) 상당을 조만간 말레이시아 측에 반환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3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2016년부터 1MDB 횡령자금으로 조성된 17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미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절차를 진행해 왔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르면 내주 미국으로 빼돌려진 공적자금 일부가 말레이시아에 반환될 수 있다고 전했다.
1MDB에서 빼돌린 나랏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해 온 말레이시아 금융업자 로 택 조(38·일명 조 로우)가 소유권 주장을 포기함에 따라 지난달 뉴욕 파크레인 호텔 지분을 매각한 자금 1억4천만 달러(약 1천600억원)를 말레이시아 정부에 넘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관련 당국은 1MDB 횡령자금이 투자돼 2013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제작사 레드 그라나이트가 지불한 6천만 달러(약 700억원) 상당의 합의금도 함께 반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즉각적인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이달 초에는 조 로우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사준 170만 달러(약 20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귀걸이와 반지 등을 넘겨받기도 했다.
나집 라작 전임 말레이시아 총리는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설립한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45억 달러(약 5조원) 상당의 공적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런 의혹은 2015년 1MDB의 부채 규모가 13조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표면화했고, 나집 전 총리가 이끌던 전 여당 연합 국민전선(BN)은 작년 5월 총선에서 참패했다.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이끄는 신정부는 즉각 1MDB 스캔들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나집 전 총리는 배임과 반부패법 위반, 자금세탁 등 수십건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스위스와 싱가포르, 미국 등에 은닉된 1MDB 횡령자금을 환수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압류됐다가 작년 8월 반환받은 조 로우 소유의 초호화요트 '에쿼니머티' 호를 시가의 절반 수준인 1억2천600만 달러(약 1천500억원)에 매각했고, 작년에는 1MDB 횡령자금을 세탁하는 경로로 악용됐던 싱가포르에서 1천530만 싱가포르 달러(약 131억원) 상당을 돌려받았다.
싱가포르 당국은 조만간 3천400만 싱가포르 달러(291억원) 가량을 추가로 반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반환된 금액은 나집 전 총리가 빼돌렸다는 공적자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미국 등 세계 6개국이 동참한 국제공조 수사에서 드러난 해외 비자금의 환수가 조만간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편, 1MDB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조 로우는 작년 5월 총선에서 나집 전 총리가 권좌에서 쫓겨난 직후 잠적해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는 나집 전 총리의 의붓아들 리자 아지즈와 함께 할리우드 영화에 자금을 투자하고 호화 파티를 열면서 할리우드의 큰 손으로 행세해 왔고, 1MDB 스캔들의 전모가 드러난 뒤에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호화생활을 했다.
조 로우는 홍콩과 마카오 등지를 오가며 당국의 추적을 피하다가 모습을 감췄으며, 현재는 중국 본토에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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