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 싫어하는 류현진의 더 놀라운 기록 '잔루율 1위'
잔루율 93.2%로 MLB 투수 중 전체 1위…80% 이상 '탁월한 수준'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왼손 투수 류현진(32)은 놀라운 탈삼진/볼넷 비율로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올 시즌 35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 39개를 낚고 볼넷을 단 2개만 허용했다.
탈삼진을 볼넷으로 나눈 비율은 19.50으로 빅리그 전체 투수 중 압도적인 1위다.
류현진이 전체 1위를 달리는 놀라운 기록은 또 있다.
바로 잔루율(LOB %)이다.
특정 기간 투수가 누상에 내보낸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지 않고 그대로 베이스에 묶어둔 잔류 비율이다.
이 기록은 경기 후 기록지에 나온 잔루 숫자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 아니다.
투수가 실제 허용한 안타, 볼넷, 실점 등을 바탕으로 공식에 대입해 그 결과를 산출한다.
잔루율은 (안타+볼넷+몸에 맞는 공-실점)/(안타+볼넷+몸에 맞는 공-(1.4 X 피홈런 개수)라는 복잡한 공식을 거쳐 나온다.
류현진은 올 시즌 안타 30개, 실점 10점, 피홈런 6개를 기록했다. 몸에 맞는 공은 허용하지 않았다.
수치를 공식에 대입하면 류현진의 잔루율은 93.2%가 나온다.
이를 해석하면 100명의 주자를 누상에 내보냈을 때 7명에게만 득점을 허용하고 93명은 베이스에 묶어뒀다는 얘기다.
3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기록 통계 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은 잔루율에서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93.0%)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이 부문 1위를 달렸다.
팬그래프닷컴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잔루율 평균을 70∼72%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이보다 높은 78% 수준이면 '대단한'(great), 80%를 넘어가면 '훌륭한 또는 탁월한'(excellent)이라는 수식어를 투수에게 붙인다.
잔루율 90%를 웃도는 류현진의 실력은 그야말로 최상위 수준임을 보여준다.
2013년 빅리그 데뷔 이래 지난해까지 류현진이 가장 높게 찍은 시즌 잔루율은 85.4%(2018년)였다.
류현진은 작년 평균자책점 1.97을 올려 빅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2점대 이하로 시즌을 마쳤다.
탈삼진을 볼넷으로 나눈 비율도 5.93으로 가장 높았고, 9이닝당 볼넷 허용률은 1.64로 가장 낮았다.
류현진은 올해 진화를 거듭해 잔루율, 9이닝당 볼넷 허용률(0.51) 등 볼넷과 관련한 시즌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을 잘 알려주는 지표"라며 "볼넷 허용 수가 적어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0.91) 수치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잔루율은 류현진이 얼마나 점수를 안 주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라고 평했다.
이어 "볼 배합 패턴을 전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류현진이 타자와의 대결에서 높은 경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빠른 볼을 초반에 아꼈다가 경기 중반에서야 던지기도 하고, 상대 타자의 노림수를 간파해 스트라이크 존 공략의 허를 찌르는 변화무쌍한 볼 배합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위원은 '볼넷을 주는 것보다 홈런을 맞는 게 낫다고 어렸을 때 배웠다'는 점을 미국 언론에 공개한 류현진의 발언도 영리한 전략의 하나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자신의 제구 능력이 좋다는 점을 상대 타자들에게 심으면 볼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어서다.
류현진의 컨트롤을 의식한 타자들은 볼 카운트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리고, 류현진은 타자들이 자신의 전략에 말려들면 이들의 습성을 역이용해 적은 공으로 긴 이닝을 던지는 효과적인 투구를 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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