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 라미란 "제가 액션에 좀 소질 있는 것 같아요"
40대 중반에 첫 상업영화 주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지금까지 방송·드라마 출연작만 70여편. 어떤 배역이든 맞춤형으로 해내는 천의 얼굴 라미란(44)이 영화 '걸캅스'로 상업영화 첫주연을 꿰찼다. 2005년 '친절한 금자씨'로 영화 데뷔한 이후 14년 만에 엔딩 크레디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것이다.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라미란은 "조연일 때는 부담이 없었는데, 지금은 부담스럽고 떨린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라미란은 그 이전에도 주연 제의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싶어서 선뜻 응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용기를 냈다고 한다.
오는 9일 개봉을 앞둔 '걸캅스'는 디지털 성범죄자를 쫓는 두 여성 경찰의 활약을 그린 코미디 액션이다. 그동안 남성 경찰 콤비물은 많이 나왔지만,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은 찾기 힘들다.
라미란은 민원실에서 근무하는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을 연기했다. 민원실에 찾아온 디지털 성범죄 사건 피해 여성이 도로로 뛰어드는 것을 목격한 뒤 올케인 현직 형사 지혜(이성경)와 함께 범인 추적에 나선다.
라미란은 쉴새 없이 뛰고 구르고, 때리고 맞는다. 40대 중반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액션을 온몸을 던지며 해냈다.
"촬영 한 달 전부터 액션 스쿨에 다니며 레슬링, 복싱 기술 등을 배웠어요. 액션 스쿨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2006) 때 컨테이너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연습하러 가 본 이후 처음이에요. 그래도 제가 액션에 좀 소질이 있는 같아요.(웃음)"
라미란은 2014년 MBC TV '진짜사나이-여군특집'에서 이미 몸을 쓰는데 자질을 보였다. 당시 그는 에이스로 불리며 "군대에 말뚝 박아라"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라미란은 "그때 이후로 (액션 영화에) 입질이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미영은 오랫동안 현직을 떠난 형사여서 '악으로 깡으로' 액션을 하는 것"이라며 "더 시원한 액션은 '걸캅스 2'에서 해보고 싶다. 저 혼자 '걸캅스 2'를 준비 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작품은 5년 전 기획된 영화지만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몰고 온 '버닝썬 사태'와 똑 닮은 이야기로 주목받았다. 소재 자체가 무거운 탓에 라미란은 "코미디 영화지만 웃기려고 하지 않고 혼자 다큐멘터리처럼 찍었다"면서 "성범죄 피해자가 오히려 죄인처럼 살아야 하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났다"고 떠올렸다.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젠더 이슈'에 휘말리며 무차별 '평점 테러'를 당하는 중이다.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악을 응징하는 데 반해 남성 캐릭터는 다소 지질하게 그려졌다는 이유에서다. 라미란은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며 에둘러 말한 뒤 "특정 타깃을 정해놓고 만든 작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힘없는 인물들이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그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범죄 묘사도 자극적이지 않아서 다 같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에요."
극 중 미영은 백수 남편(윤상현)과 어린 자녀를 둔 워킹맘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형사 일을 그만뒀지만, 악당과 맞닥뜨리면서 잠재된 형사 본능과 자아를 되찾는다. 라미란 역시 워킹맘이기에 그런 미영의 처지가 더욱 공감됐다고 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을 뒀다.
"저도 영화를 시작할 때 아이가 고작 돌이었어요. 친정과 시댁 부모님들이 번갈아 가면서 6~7살 때까지 아이를 키워주셨어요. 그분들이 안 계셨다면 저 역시 공백기가 길어졌을 거예요."
3개월 이상 쉬면 불안해진다는 라미란은 차기작으로 영화 '정직한 후보'를 확정한 상태. 연말에는 드라마에도 출연한다.
"제 나이에 끊임없이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에요. 작년까지만 해도 여배우가 출연할 만한 시나리오가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작품들이 많아져서 다행입니다. 여성 주연 영화를 떠나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라미란은 배우 김혜자를 롤모델로 꼽았다. "김혜자 선생님을 정말 존경합니다. 너무 멋있어요. 저도 그 뒤를 따르는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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