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전쟁 시대' 예고…중동 무장세력 활용도 강화

입력 2019-05-03 10:27
'드론 전쟁 시대' 예고…중동 무장세력 활용도 강화

예멘 후티 반군, 드론 공격 늘려…정교함 갖추고 장거리 이동

사우디·美, 이란에 의심의 눈길…전쟁·테러에 이용 증가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예멘의 후티 반군은 지난해 7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 외곽에 있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을 드론(무인기)으로 공격했고, 시설 일부에 불이 났다.

후티 반군은 또 약 열흘 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공항의 방공망을 피해 드론으로 공항을 공격했고, 이로 인해 트럭 한 대가 피해를 보고 일부 비행이 연기됐다.

후티 반군은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공항인 두바이 공항까지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 정부나 UAE 정부 모두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 1월에도 드론을 이용해 예멘군 퍼레이드를 공격해 고위 장교를 포함해 6명을 숨지게 하기도 했다.

이들 사례처럼 후티 반군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도달 거리가 먼 드론으로 잇따라 공격에 나서는 등 중동의 무장세력이 드론 전쟁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이들 드론 기술은 손쉽게 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미국과 중동의 그 동맹국들에 새로운 위협을 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낙후한 부족이라는 조롱을 받아온 후티 반군으로서는 전장에서 드론을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무장세력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또 최근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미사일의 대용으로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드론 기술은 감시 목적의 소형의 프로펠러 추진형에서 더 큰 비행기 모양의 모델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덩달아 시속 240㎞로 1천450㎞까지 비행하게 되면서 걸프 지역의 대부분을 비행거리 안에 두게 됐다.

사우디 관리들은 후티 반군 측이 140차례 이상의 드론 비행을 시도했고 이들을 격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사일보다는 드론을 더 많이 격추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최근 수주 동안에만 사우디 측은 예멘 혹은 사우디 내에서 최소 17차례의 후티 반군의 드론을 떨어트렸다.



상업적으로 얻기 쉽고 손쉽게 무기화할 수 있는 이런 드론 기술이 앞으로 전투를 더 어렵게 만들고 글로벌 분쟁의 성격을 바꿔놓을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사우디 관리들과 미국 정부는 후티 반군이 이처럼 신속하게 드론 기술을 진전시킨 것은 이란의 도움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란 측이 드론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하거나 설계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후티 반군의 드론 내부에서는 미국과 중국, 독일, 일본제 모터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우디 관리들은 또 후티 반군의 드론 설계가 이란에 의해 개발되고, 친이란 성향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용한 드론과 흡사하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한 국방관리는 "후티에 대한 이란군의 지원은 치사율과 도달 범위의 향상을 불렀고 결과적으로 사우디와 UAE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사우디와 미국은 후티 반군의 드론 활용에 대한 대응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드론을 보관한 곳으로 의심되는 예멘 내 동굴들을 폭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 관리들은 후티 반군에 드론이나 미사일을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예멘 내부로 어떤 형태의 군도 보내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영국 내무부의 벤 월리스 안보담당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이슬람국가(IS)가 쇠퇴하면서 알카에다가 되살아나 공항 등에서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드론을 테러에 활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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