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트럼프 '파리기후협정 탈퇴 제동' 법안 통과
하원 장악 민주 주도 법안…공화 다수 상원 통과는 힘들듯
공화 하원의원 3명도 찬성표…미국 주요 환경단체도 지지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파리기후협정(이하 파리협정) 탈퇴를 막기 위한 법안이 2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했다고 AP와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법안은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찬성 231표, 반대 190표로 가결됐으나,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공언해왔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에 서명한 파리협정에 따라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5% 이상 줄여야 한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이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고, 중국과 인도에는 엄격하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2020년에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을 마련한 셈이다.
민주당 소속의 캐시 캐스터 하원 기후변화위원장은 이번 법안의 하원 통과는 민주당이 작년 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은 후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중요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고 AP는 전했다.
같은 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조치는 도덕적이고 경제적이며 국가안보에 필요하다면서 법안의 통과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는 전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하기를 희망하는 민주당의 대권 주자들도 파리협약을 선거 캠페인의 최우선 이슈로 삼고 있다. 이들은 모두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펠로시 하원의장마저 이 법안이 상원에 "도착시 이미 사망(dead on arrival)"할 것이라고 AFP에 말할 정도로 민주당도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주도한 이 법안을 "불운한 파리협정을 통해 미국 경제에 수갑을 채우는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상원에서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같은 당의 톰 콜 하원의원은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항한 기록을 넘기기 위한 또 다른 메시지 법안"이라고 깎아내렸다.
한편, 공화당 하원의원 중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번 뷰캐넌, 엘리스 스테파닉 3명은 파리협정 탈퇴를 막는 민주당 발의 법안에 찬성했다.
주요 환경단체들도 미국이 파리에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민주당 발의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의 유력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 회장은 "하원은 치솟은 비용과 증가하는 기후변화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는 계속되는 요구에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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