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은 안돼"…광명시 '구로차량기지' 이전에 반발

입력 2019-05-03 10:11
"2+1은 안돼"…광명시 '구로차량기지' 이전에 반발

광명시 "이미 2개 철도기지창 있는데 또 이전은 안될말"

이전시 전면 지하화 요구…"33만 시민 끝까지 싸울것"

(광명=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이미 2개의 철도 기지창이 있는데 또 만든다고요? 이는 광명시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서울 구로 철도차량기지의 광명시 이전 문제를 놓고 경기도 광명시가 성명서 등을 통해 최근 연일 이전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33만명 전체 시민이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반발 중이다.

국책 사업인 철도차량기지 이전 추진 과정에 정부가 광명시 및 시민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않으면 이전 저지에 사생결단식으로 임하겠다는 자세이다.



◇ 구로 철도차량기지 광명으로 이전 왜?

3일 광명시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5년 수도권발전종합대책의 하나로 서울 구로구에 있는 철도차량 기지를 이전하기로 하고 타당성 조사 등을 진행한 뒤 2008년 말 광명 노온사동, 구로구 항동, 부천 범박동 등 3개 지역을 이전 후보지로 일단 선정했다.

하지만 관련 지자체 반대 등으로 본격적인 이전 사업에 착수하지 못하다가 2012년부터 광명 노온사동으로 이전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정하고 지금까지 광명시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같은 이전 사업에 대해 광명시민을 대상으로 주민 설명회를 하려다가 주민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광명 노온사동은 구로차량기지로부터 9.4㎞가량 떨어져 있으며, 이곳에 28만1천여㎡ 규모로 차량기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광명시 등과 협의를 마무리한 뒤 사업 기본계획을 확정 고시할 예정인 국토부가 추산하는 차량기지 이전 사업비는 1조700여억원이며, 2026년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구로차량기지 이전은 국토이용의 효율성 또는 토지이용의 효율성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다"라고 밝혔다.



◇ "희생 강요"…광명시의 반대 이유

광명시는 구로차량기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는 것은 소음과 분진 등 구로구민의 민원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는 "이는 국토부의 검토 자료에도 나온 이야기"며 "(보고서에서)구로구민조차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것을 광명으로 이전하려는 것은 33만 광명시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시내 중심부에 있는 노온사동에 철도차량기지가 만들어지면 진입철로로 광명시의 허파인 도덕산과 구름산을 연결하는 산림 축이 훼손되고, 도시 이미지 추락 등으로 시의 미래 가치가 떨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말한다.

더욱이 광명시에는 이미 2개의 철도 기지창이 있는데 또 하나의 유사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광명시에는 현재 전철 7호선 천왕 차량기지의 3분의 1이 자리 잡고 있고, KTX 광명역 인근에도 열차의 신호 대기 또는 내부 청소를 위해 조성한 뒤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주박소'가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난달 19일 국토부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광명시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기본계획 용역을 당장 중단하고, 광명시와 원점에서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명시와 광명비상대책위원회는 시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33만명 시민과 함께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는 입장을 잇달아 밝히고 있다.



◇ 광명시 "이전 반대…옮기려면 지하화해라"

광명시는 구로차량기지의 노온사동 이전을 반대하지만, 만약 이전한다면 차량기지 전체를 지하화할 것을 요구한다.

또 현재 계획상 구로차량기지에서 노온사동 후보지까지 9.4㎞ 구간에 설치 예정인 3개 역을 5개로 확대하고, 노온사동에서 서울역까지 연결하는 전철 운행은 물론 운행 간격을 기존 계획상의 20분에서 5분으로 축소할 것을 바라고 있다.

아울러 인천시의 제안에 따라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제2경인전철 추진 시 노온사동 차량기지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도 요구 중이다.

무엇보다 시는 차량기지 이전 과정에 광명시와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도록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전철 배차 간격 조정 등은 수요에 따라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다만 역을 추가 설치하고, 기지를 모두 지하화할 경우 사업비가 지금 검토 중인 예산보다 77%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이전 사업 타당성 조사를 다시 할 수밖에 없다. 사업비가 20%를 초과하면 타당성 조사를 다시 하게 돼 있다"고 설명한 뒤 "광명시, 광명시민과 함께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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