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시장 만난 박원순 "런던 도심 차량제한 정책에 감동"

입력 2019-05-03 10:00
수정 2019-05-03 14:23
런던시장 만난 박원순 "런던 도심 차량제한 정책에 감동"

미세먼지 등 정책 교류 타진…사디크 칸 런던시장 "공기오염은 '숨은 살인자'"



(런던=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디크 칸 영국 런던시장과 미세먼지 등 공기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중동·유럽 순방 중인 박 시장은 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시청에서 칸 시장과 면담하고 공기 오염, 창업 등과 관련한 양 도시의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박 시장은 "제가 최근에 칸 시장님 관련해 두 개의 뉴스를 감동적으로 봤다"며 "하나는 런던 전체를 국립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고, 하나는 '초저배출구역'(ULEZ·ultra-low emission zone)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도 나무를 3천만 그루 심고 커다란 식물원을 만들고 있지만, 런던 전체를 공원으로 만드는 것은 어마어마한 계획"이라며 "서울도 7월부터 도심 한가운데를 노후경유차 등이 못 다니게 하는 정책을 한다. 앞으로 실무자끼리 자세한 정보를 교류하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칸 시장은 "미세먼지 등 공기질 문제는 보건과도 연결돼 있어 우리는 '(숨은) 살인자'라고 부른다"며 "서울, 파리와 같이 차량 등급(에 따른 통행 제한)제를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런던 면적의 50%를 녹지 구간으로 바꾸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하지만 어려움이 존재한다. 개발업자들이 콘크리트(건물)를 세우려 하기 때문"이라고 정책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재난 수준의 스모그를 겪어온 런던은 이미 2008년 시내에 노후경유차 운행제한구역(LEZ·low emission zone)을 설정하고 통행료와 과태료를 물려 차량 운행을 억제하고 있다.

특히 칸 시장은 취임 후인 2017년 런던 중심부 혼잡구역에 별도 통행료를 신설하고, 지난달 8일에는 혼잡구역을 초저배출구역으로 재지정해 요금 부과 대상· 적용 시간 등을 과감히 늘렸다. 그는 2050년까지 런던 면적의 50%를 자연 공간으로 조성해 '국립공원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 역시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올해 7월부터 한양도성 내 면적 16.7㎢를 '녹색교통지역'으로 지정하고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한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12월부터는 위반 차량에 과태료 25만원이 부과된다.

박 시장과 칸 시장, 안 이달고 파리 시장 등 3명은 2017년 3월 대도시협력체인 'C40 기후리더십그룹' 주관으로 파리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차 배출가스에 국제 표준 등급을 매겨 공개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칸 시장은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첫 무슬림계 런던시장이다. 인권변호사로 일하다 노동당 하원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16년 5월 시장에 취임했다.

박 시장은 이날 칸 시장을 서울시에 정식 초청했다. 칸 시장은 10월 열리는 국제 대기질 포럼에 박 시장이 발표자로 나서달라고 언급했다.

칸 시장 면담에 앞서 박 시장은 마크 필드 아시아-태평양 담당 영국 외무상을 만나 양국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저녁에는 박은하 영국대사 관저에서 현지 경제인과 만찬을 하며 서울의 투자 매력을 홍보했다.

이날 아부다비를 떠나 런던에 도착한 박 시장은 4일까지 머물며 금융감독원과 함께 영국 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서울 금융투자 설명회'를 연다. 영국의 벤처창업 보육시설을 탐방하고 공기질 전문가를 찾아가 미세먼지 대응 방안도 물을 예정이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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