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정치 참으로 어렵다"…'갈등의 현실정치' 답답함 토로

입력 2019-05-02 18:41
수정 2019-05-02 18:42
文대통령 "정치 참으로 어렵다"…'갈등의 현실정치' 답답함 토로

사회원로 초청 간담회서 언급…정치·사회적 갈등 상황 고심 방증

"여야정 국정협의체 표류…방한 칠레 대표단 속 의원들 전부 야당, 부러웠다"

'정치가 국민갈등 비화' 언급…"정책이 찬반 나뉘어 거대 갈등으로"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정치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고 있다"며 '현실정치'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이 정치에 대해 어려움을 직접 토로한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회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아마도 우리 사회에 대해서 걱정들이 많으실 것"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각오했던 일이기에 제가 반드시 감당해 내고, 국민께 실망을 드리지 않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실정치에 대한 어려움을 간담회 인사말 중 가장 먼저 꺼냈다.

그만큼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최근 정치권 상황은 물론 각종 사회적 갈등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 고민의 초점은 전 정권의 국정농단을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전제인 적폐청산 과정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을 야기했던 전 정권의 여당이 지금 제1야당으로 변모해 결국 협치를 이뤄야 하는 현실정치 속에서 갈등 해결 모색이 쉽지 않다는 토로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좀 더 협치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씀도 많이 듣고, 당연히 더 노력하겠다"며 자신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야당 지도부를 자주 만났고 그 결과물로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도 합의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상황에 따라 표류하지 않게 아예 분기별로 개최하도록 합의했는데, 진작 지난 3월에 열렸어야 되는데 두 달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녜라 칠레 대통령의 최근 방한 사례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 초 칠레 대통령의 국빈방한 대표단에 칠레 상원의장, 하원 부의장 등 의원들이 동행했는데, 전부 야당 의원들"이라며 "피녜라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이라 정치적 대립이 많지만 여야 간 외교·경제 문제에서는 초당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씀해 참으로 부러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개인적으로 종북좌파라는 말이 어느 한 개인에 대해 위협적인 말이 되지 않고, 생각이 다른 정파에 대해 위협적인 프레임이 되지 않는 세상만 돼도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평화프로세스 구축 과정에서 북미 중재역에 사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종북좌파', '좌파독재' 프레임으로 공세를 강화하는 일부 야권의 주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여야 갈등이 진보·보수를 근간으로 하는 여야 정당 지지 국민 간 갈등으로까지 비화하는 양상으로 번진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이 정파에 따라 대립·갈등이 격렬하고 그에 따라서 지지하는 국민 사이에서도 갈수록 적대감이 높아지는 현상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 간 극한대립이 이어지자 이를 계기로 제1 여·야당을 해산하라는 국민청원 동의 건수가 급증하면서 마치 정치권 대리전 양상으로 가는 듯한 현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적폐 수사'에 대해서도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그 자체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입장이나 시각이 다르니까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특히 주목한 '어려운 정치'의 지점은 "우리 사회의 정책 전반이 거대한 갈등으로 뭉쳐져 있다"는 언급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김지형 전 대법관이 '갈등을 다루는 사회적 논의 참여 주체들이 참여를 거부하는 게 책임을 다하는 건지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에 답하면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예시하며 "반기는 국민이 있는 반면 반대하는 국민도 있다. 실제로 그것 때문에 피해 보는 국민도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 변화 전부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그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갈등과 같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더 큰 틀의 사회적인 대화와 이를 통한 사회적인 합의'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부분적인 성과도 있지만, 아직 제대로 활성화 안 돼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 부분에 마음을 모아주시면 우리 정부뿐 아니라 다음 정부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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