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외교갈등, 쿠바문제로 번져…EU "모든 조치 강구해 대응"

입력 2019-05-02 18:17
美·EU 외교갈등, 쿠바문제로 번져…EU "모든 조치 강구해 대응"

EU, 美의 쿠바몰수자산 거래한 EU기업 상대 소송 허용에 반발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악화해온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외교갈등이 쿠바 문제로까지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쿠바 정부를 옥죄기 위해 지난 1996년 3월에 발효한 뒤 일부 조항의 이행이 유예됐던 '헬름스 버튼 법'을 완전 발효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헬름스 버튼 법'은 지난 1959년 쿠바 공산혁명 이후 쿠바 정부가 몰수한 자산에 투자해 이익을 취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이 법 제3조는 쿠바 정부가 몰수한 자산을 거래하는 외국기업에 대해서도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해 논란이 돼 왔다.

지난 1996년 미국 정부가 이 법을 마련하자 EU와 캐나다, 일본 등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EU는 1996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이 법이 부당하다고 제소했고, 1998년 5월 미국 정부로부터 EU 기업과 시민에 대해선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양해를 받아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이 법 조항의 이행 유예를 계속 연장해왔고, 그 결과 유럽 기업들은 헬름스 버튼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왔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 이 법의 유예조치 만기가 도래하자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지원하는 쿠바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45일간의 검토 기간을 거쳐 최근 이 법을 전면 발효해 이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EU는 2일 미국의 헬름스 버튼 법 전면 발효에 맞서 WTO 제소를 비롯해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선언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EU는 미국이 헬름스 버튼 법을 완전 발효하기로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모게리니 대표는 미국의 이번 결정은 "EU와 미국이 지난 1997년과 1998년에 약속했고, 그동안 존중해온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대서양동맹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고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EU는 미국이 자국 영토가 아닌 역외 지역에 자국의 법을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간주한다"면서 이 법 이행으로 인한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 WTO 관련 조치와 EU의 제재차단법 활용 등 모든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EU는 헬름스 버튼 법의 전면 발효를 우려하는 다른 외국의 파트너들과도 협력할 것이라며 공동대응 방침을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EU와 미국은 무역을 둘러싼 분쟁은 물론 미국 정부의 기후변화협정 일방 탈퇴, 이란과 국제사회가 체결한 이란 핵 합의 탈퇴 및 대(對)이란 제재 부과 등 외교 문제를 놓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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