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편혜영의 새 소설집 '소년이로'

입력 2019-05-02 16:55
이야기꾼 편혜영의 새 소설집 '소년이로'

편혜영 "두려워서 모른 척하거나 오직 잃을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편혜영은 한국 문단에서 손꼽히는 이야기꾼이다. 특히 우리 문학에서 찾기 어려운 서스펜스 소설의 선구자로 위상을 굳혀가는 재능있는 중견 작가로 평가받는다.

지난 2000년 등단해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쓸며 작가로서 역량을 확인시킨 그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독자층을 넓히며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 해 최고의 호러·서스펜스·미스터리물을 선정하는 미국 '셜리 잭슨 상(Shirley Jackson Awards)' 장편 부문에 '홀(The Hole)'이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장편 '재와 빨강'은 프랑스, 미국, 폴란드 등에서 번역 출간됐고, 홀은 2016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편혜영이 이번엔 6년 만에 단편소설집을 냈다. 소년이 늙어가기는 쉽다는 뜻의 '소년이로(少年易老)'란 단편을 제목으로 내세웠다.



주자(朱子)의 주문공전집(朱文公文集)에 나오는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소년은 늙기 쉬우나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에서 앞부분만 따온 것이다.

그런데 '학난성'을 뺀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나이 들기는 쉬워도 학문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일들 역시 실패의 연속일 뿐이고, 어른이 돼 갈수록 쉬운 게 하나도 없다는 '진실'을 짚으려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편혜영은 소설집의 원래 제목이 '우리들의 실패'였다고 했다. 그는 "이 책에 '우리들의 실패'라는 제목을 붙여두었다. 우연에 미숙하고 두려워서 모른 척하거나 오직 잃을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그랬다"면서 "하지만 아픈 사람들이 많은 소설이어서 실패라는 말을 나란히 두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소년이로'에서도 주인공들은 비정한 함정과 같은 현실이 기다리는 것도 모른 채 속절없이 어른이 되고 만다.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코드는 낯설고 험난한 상황에 던져진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 자화상인 등장인물들은 고통을 겪는데 알고 보니 그 책임은 모두 우리 자신의 몫이었다. 우리를 삶 속 교묘한 함정으로 끌어들인 건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는 게 편혜영이 말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책에는 소년이로, 다음 손님, 원더박스 등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렸다. 256쪽. 1만3천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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