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촘촘하고 실효성 있는 정신질환 범죄 대책 나오길

입력 2019-05-02 17:01
[연합시론] 촘촘하고 실효성 있는 정신질환 범죄 대책 나오길

(서울=연합뉴스) 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정부가 종합계획을 마련해 내주 발표키로 했다. 정신질환자의 치료ㆍ관리에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계획 수립과 함께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정신질환자 약 8만명을 전수 점검해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관리키로 했다. 또 경찰과의 협조를 통해 이웃을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등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계획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뒤늦은 대응이긴 하지만 이제라도 실효성 있고 신뢰를 주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진주 아파트 방화ㆍ살인, 50대 서모 씨의 친누나 살해 등 조현병 환자의 강력 범죄는 이미 참극이 예고됐는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진주 아파트 사건의 범인 안인득은 극악 범죄의 조짐을 사전에 여러 차례 노출했는데도 이렇다 할 강제적인 조치가 없었다. 친누나를 살해한 서 씨도 지난달 퇴원 후 이상 난폭 행동을 벌였지만 범죄 가능성에 대비한 조처는 없었다. 조금 더 눈여겨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참극들로 드러났다.

정신질환자에게 위험 징후가 나타나면 직계혈족이나 보호자에 의한 보호입원,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행정입원, 상황이 급할 때의 응급입원 등 조치로 환자를 격리할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의 소극적인 대처와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조건이 엄격한 기존 법규의 한계로 인해 참극이 예방되지 못했다. 관련 법규와 제도가 있긴 하지만 관리 규정이 느슨하고 사각지대가 있어 실질적인 강제조치까지 가는 데 장애물이 있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내주 나올 대책에는 잇따라 노출된 문제점을 해소할 방안이 촘촘히 녹아 들어가야 한다.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는 지역 사회에서 발견될 경우 보호자 동의 없이도 외래치료 명령을 받게 되는 등 관리가 한층 강화됐다. 그러나 최근의 참극들에 비춰보면 더 강력하고 강제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결정하도록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사법입원제는 보호 의무자가 아니더라도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을 요청할 수 있고, 법원 등 사법기관이 입원 여부를 판단케 하는 제도다. 정신질환의 성격상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는 옳은 방향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을 덮어놓고 잠재적 범죄자로만 보면 안 된다. 참극이 벌어졌을 때는 방치로 인해 이미 정상을 벗어난 정신 상태일 때가 많다. 언제든 불특정 대상자가 희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다. 그래서 예방이 중요하다. 정신질환자들을 국가와 사회가 살피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중증 정신질환자라도 조기에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지 않는다면 정신질환의 만성화를 막아 정상적인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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