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간 600회 헌혈 이순만씨 "만 69세까지 혈액 기부하고파"
전국서 다섯 번째 기록…성인 남성 43명 혈액량 기부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혈액이 부족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시작했는데 저도 모르게 이렇게나 많이 하게 됐네요. 만69세까지 헌혈하고 싶습니다."
39년간 무려 599회나 경험했음에도 600번째 바늘이 꽂히는 순간, 그 모습을 담으려는 취재진 앞 이순만(62)씨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씨는 2일 오후 헌혈의집 춘천명동센터에서 강원도민 중 첫 번째로 600회 헌혈에 참여했다.
그는 전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실상부한 '헌혈 천사'다.
학창시절 단체헌혈이 첫 경험이었다는 이씨가 헌혈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1980년 초 강원도 탄광촌에서 근무할 때였다.
당시 채탄운반 기계 보수작업 중 동료가 몹시 다쳐 수혈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때 '한 사람의 헌혈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이씨는 그해 2월부터 지금까지 39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헌혈을 실천하고 있다.
"원래 제가 우표수집가였거든요. 헌혈증서도 어떻게 보면 수집 아닙니까? 헌혈증서가 혈액이 필요한 분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걸 알고부터는 계속해서 하게 됐습니다."
이씨는 자신의 혈액으로 도움을 받은 환자들에게서 듣는 '고맙다'는 한마디가 39년 동안 헌혈의 길로 이끌어준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탄광촌 근무 당시 누군가 혈액이 필요하다고 하면 주저 없이 혈액을 뽑았고, 건설회사에 재직하던 1984년에는 이라크에 갔다가 한국인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헌혈하기도 했다.
헌혈을 위해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 않을 정도로 헌혈을 향한 애착이 남다르다.
이씨가 39년간 헌혈한 혈액은 23만9천600㎖로 성인 남성 43명 혈액량에 달한다.
자원봉사시간으로 환산하면 1회당 4시간씩 2천400시간에 이른다.
이씨의 자원봉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1992년부터 27년간 연탄 나르기와 헌혈자 에스코트 봉사활동 등을 통한 누적 봉사시간은 1만3천239시간이다.
특별한 헌혈 사랑은 이씨에게 헌혈 유공 은장과 금장을 80회나 안겼다.
이 같은 이씨의 선행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됨은 물론 지역사회에 적잖은 귀감이 되고 있다.
그가 속한 강원혈액원 방울봉사회와 강원도는 이날 이씨에게 600회 기념엽서와 작은 기념품 등을 선물했다.
이씨는 "저를 위해서, 그리고 혈액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서 헌혈을 할 수 있는 만 69세까지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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