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프로골퍼 이승민 "상금 타서 고양이에 선물 줄래요"
매경오픈 초청 선수 출전…지난주 차이나투어에서 생애 두번째 컷 통과
(성남=연합뉴스) 권훈 기자 = 프로 골프 선수의 목표는 누구나 우승이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는 대회에 앞서 컷 통과가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컷 통과가 프로 선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컷 통과가 없으면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상금 수령은 프로 선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정상급 선수라면 우승으로 가는 길목쯤으로 여기는 컷 통과지만 컷 통과가 절실한 선수도 적지 않다.
2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 1라운드를 앞둔 발달장애 프로 골프 선수 이승민(22) 역시 컷 통과가 무엇보다 간절하다.
이승민은 코리안투어 시드가 없지만 이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했다.
발달장애를 안고도 프로 골프 무대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승민은 지금까지 프로 골프 대회에서 단 2차례 컷 통과를 경험했다.
지난해 코리안투어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컷을 통과했던 이승민은 지난달 28일 끝난 중국프로골프 차이나 투어 선저우 페닌슐라 오픈에서 생애 두번째 컷 통과를 이뤄냈다.
이승민은 지난달 치른 차이나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24위를 차지해 올해 출전권을 받았다.
내친김에 매경오픈에서도 컷 통과에 도전하는 이승민은 "이 대회 상금이 작년보다 많이 올랐더라. 이번에 꼭 컷 통과를 해서 고양이에 캣타워를 사주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승민에게는 컷 통과는 프로 선수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이고 발판이다.
이승민이 경기할 때 늘 곁에서 지켜보는 어머니 박지애 씨는 "컷 통과를 한번 할 때마다 한 단계씩 성장하는 걸 승민이도 안다"고 말했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묘 '향기'에 멋진 캣타워를 선물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도 컷 통과를 위한 강력한 동기 부여 방편이다.
이승민은 차이나 투어 선저우 페닌슐라 오픈 컷 통과로 상당한 자신감도 얻었다.
오르막을 오를 때 발뒤꿈치를 들고 걷던 버릇도 고쳤다.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 것은 발달장애인에게 종종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어머니 박 씨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 바람에 체력 소모가 컸다. 지적하니까 고치겠다고 하더니 정말 거짓말처럼 고쳤다"고 말했다. 그만큼 심지가 굳세졌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프로 선수로서 4라운드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 안배와 경기 운영의 노하우를 체득한 것도 큰 수확이다.
이승민은 "작년에 이어 두번째 매경오픈인데, 이제는 코스가 조금 눈에 들어온다"고 수줍게 웃었다.
이승민은 올해 차이나 투어에서 12경기, 코리안투어에서 4경기를 더 출전할 수 있다.
더 많은 컷 통과로 더 많은 4라운드 경기 경험을 쌓는 것이 이승민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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