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컨테이너만 덩그러니…적막한 포항 앞바다 CO₂저장시설

입력 2019-05-02 14:09
수정 2019-05-02 14:13
탱크·컨테이너만 덩그러니…적막한 포항 앞바다 CO₂저장시설

이산화탄소 저장 연구용, 지진 이후 폐쇄 여론으로 가동 중단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2일 오전 경북 포항구항 부두에서 배를 타고 20여분 걸려 도착한 영일만 바다 위에 노란색 철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철 구조물에는 '포항분지 해상 CO₂지중저장 실증사업 플랫폼'이란 팻말이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상당히 어렵게 쓰여 있지만 쉽게 말하면 땅속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시설이다.

정부는 포항 영일만 바다와 포항시 남구 장기면 학계리에 각각 해상과 육상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은 지하 800m까지 구멍을 뚫은 뒤 압력을 넣어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주입해 저장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장기면 저장시설은 2011년부터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함께 이산화탄소 육상 저장 실증연구를 위해 1만t급으로 만들기로 한 곳이다.

영일만 저장시설도 2013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공주대 등과 손을 잡고 이산화탄소 해상 저장 실증연구용으로 최대 약 1만t을 주입하기로 한 시설이다.

그러나 장기면 저장시설은 가스주입정을 800m까지 판 상태에서 2017년 11월 포항지진이 나자 가동을 중단했다.

영일만 저장시설도 2016년 11월 이산화탄소 100t 시험주입이 끝난 상태에서 포항지진으로 연구와 가동을 멈췄다.

지진 발생 직후 포항시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가동 중단을 촉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포항시는 지열발전소뿐만 아니라 2곳의 이산화탄소 저장시설도 완전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가까이서 본 영일만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은 사람 그림자 하나 없이 적막했다.

지진 직후까지는 이곳에 사람이 있었으나 현재는 상주하지 않고 있다.

시설 주변에는 장애물 위치를 표시한 노란색 등부표가 여러 개 보였고 수면에 작은 배를 댈 수 있도록 타이어를 설치한 구조물이 보였다.

이곳에서 철계단을 타고 오르면 상부에 있는 사각형 플랫폼으로 갈 수 있는 구조다.

배에서 본 플랫폼에는 이산화탄소 저장탱크 3개와 사무실로 추정되는 컨테이너, 경유탱크 등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포스코 포항제철소까지 거리는 400m로 상당히 가까워 보였다.

이 시설 가동을 중단한 채 그대로 둔다면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지열발전과 이산화탄소 저장연구는 입지조건부터 사용 기술까지 완전히 다르다"며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실증연구까지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진 악몽을 겪은 포항시민은 이산화탄소 기술 실증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김종식 포항시 환동해미래전략본부장은 "주민 불안감 해소와 안정적인 생활환경 보장을 위해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을 완전 폐쇄하고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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