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코리아 앞 '가습기살균제 희생자' 분향소…"제대로 보상"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피해 정도를 구분하지 말고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보상을 하라고 요구하며 옥시(현 RB코리아) 본사 앞에 희생자들 영정이 놓인 분향소를 설치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2일 RB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IFC 앞에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망자들의 분향소를 설치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달 25일 사망한 고(故) 조덕진씨의 부친 조오섭씨 등 유가족이 참석했다.
사망한 조씨는 가습기 살균 4단계 피해자로 제대로 배상·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정도에 따라 1∼4단계로 구분되는데, 4단계 피해자는 사실상 지원을 받지 못한다.
부친 조씨는 "지금까지 가습기살균제로 사망한 사람 수는 1천403명에 달하고 6천여명은 죽음을 앞두고 있다"며 "우리 아들도 사망했지만 병원비도 장례비도 아무 지원도 없다. 오죽 억울하면 이곳까지 왔겠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등에 멘 휴대용 산소 공급기를 코에 연결한 채 기자회견에 나선 피해자 조수미씨는 "지금은 사망자 수가 1천400여명이지만 나중에는 1만4천명이 될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왜 이런 제품을 판매한 대기업이 이렇게 떳떳한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7년에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청와대로 불러 사과하고,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조사하겠다고 말했지만, 1년, 2년이 지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며 "죄 지은 기업은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넷은 이날 성명서에서 "현행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를위한특별법(피해구제법)만으로는 3·4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지원의 한계가 심각하다"며 "정부는 피해 단계 구분을 철폐하고 3·4단계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구제급여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피해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며 "법원은 오랜 기간 가해기업들이 증거인멸을 자행해왔다는 이 사건의 특수성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