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호르몬 바소프레신, 자폐아 사회성 개선"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바소프레신(vasopressin)이 자폐아의 사회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사회신경과학연구 프로그램(Social Neurosciences Research Program) 실장 카렌 파커 교수 연구팀은 바소프레신을 자폐아의 코를 통해 분무한 결과 사회적 반응성이 개선됐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자폐아 3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17명에게는 바소프레신 스프레이를, 13명에게는 가짜 스프레이를 코에 뿌리는 치료를 4주 동안 진행했다.
치료 후 바소프레신 그룹 아이들은 사회성을 평가하는 표준 테스트인 '사회적 반응성 척도'(SRS: Social Responsiveness Scale)가 대조군 아이들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바소프레신 그룹 아이들은 대조군 아이들보다 사회적 의사소통이 개선되고 다른 사람의 감정적 정신상태를 해석하는 능력도 높아졌다,
이 아이들은 또 반복 행동, 불안 같은 자폐증상도 줄어들었다.
바소프레신은 앞서 동물실험에서 포유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자폐 환자의 뇌척수액을 검사해 보면 바소프레신 수치가 낮게 나타나고 자폐증상이 심할수록 이 수치는 더욱 낮아진다고 파커 교수는 밝혔다.
바소프레신 수용체가 뇌의 어느 부위에 있는지를 살펴보면 사회적 기능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위들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뇌의 바소프레신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약물(발로바프탄)도 자폐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슈 제약회사 신경과학 담당 부사장인 파울로 폰토우라 박사 연구팀은 새로 개발된 이 신약을 증상이 중등도 내지는 중증인 성인 자폐 환자 223명을 4그룹으로 나누어 용량을 달리해 12주 동안 투여했다.
그 결과 SRS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으나 높은 용량이 투여된 두 그룹은 사회성, 적응행동, 일상생활 영위 능력을 평가하는 다른 테스트에서는 다른 그룹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바소프레신과 발로바프탄 모두 안전하고 심각한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에 대해 뉴욕 코언 아동 메디컬센터 발달·행동 소아과장 앤드루 애디스먼 박사는 현재 이렇다 할 자폐증 치료제가 없는 형편인 만큼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단기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이 약들을 사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바소프레신은 현재 소변이 지나치게 잦은 빈뇨를 치료하는 항이뇨제로 처방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5월 1일 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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