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 이렇게 잘하는데…"상무 없앨 건가요"
귀화 선수 절반 이상 빠졌지만 세계선수권 초반 2연승
"기적 이뤄도 이어받을 미래세대 없어…상무팀이 절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012년 7월 창단한 국군체육부대(상무) 아이스하키팀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셔터를 내렸다.
지난 1월 안진휘, 신상훈, 전정우 등이 전역한 이후 여태껏 아이스하키 선수 선발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폐지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폐지된 채로 방치되고 있다.
이러한 암담한 미래 속에서도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201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 29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개막한 2019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에서 2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뛴 7명의 귀화 선수 중에서 3명만 출전해 전력이 크게 약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국은 2년 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같은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지만, 귀화 선수들이 줄줄이 빠진 올해에는 전패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한국은 2년 전 키예프 때보다 공수 양면에서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돌풍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1차전에서 '난적' 헝가리를 5-1로 대파한 데 이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스타 안제 코피타(로스앤젤레스 킹스)가 합류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슬로베니아에 5-3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2004년 이후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6전 전패하다가 첫 승리를 거두고 대회 2연승으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돌풍의 중심에는 한국인 공격수들, 그중에서도 상무 출신 선수들의 맹활약이 돋보였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올린 10골 가운데 9골, 그리고 13어시스트를 상무 출신 예비역 병장들이 만들어냈다.
상무 유지의 필요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결승 골을 터트린 김현수는 상무 창단으로 극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간 케이스다.
1984년생으로 2011-2012시즌이 끝난 후 은퇴를 결심했던 김현수는 2012년 여름 상무 아이스하키가 창단하며 극적으로 선수 생활을 유지했다.
대표팀의 신임 주장 김상욱은 3골 3어시스트로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포인트(골+어시스트)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상무가 있었기에 30대인 지금도 대표팀 활약을 이어간 그는 이번 대회를 마치고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리그(NHL)에 도전할 계획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났지만 한국 아이스하키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상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1라인 주축 수비수인 김원준은 1991년생으로 상무 입대 연령 제한을 꽉 채웠다. 올해 안에 상무가 재창단되지 않으면 김원준은 사실상 아이스하키 선수 생활은 접어야 한다.
아이스하키는 다른 인기 프로종목과 달리 저변이 열악해 상무가 폐지되면 선수 생활 유지가 어렵다.
선수로서 한창나이에 병역 의무를 위해 빙판을 떠난 선수들이 2년여의 공백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한국은 2일 카자흐스탄과 3차전을 치른다.
카자흐스탄전 고비만 잘 넘기면 한국은 귀화 선수들의 힘을 덜 빌리고도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월드챔피언십 재입성을 노려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쾌거를 이룩한다고 해도 이어받을 미래 세대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대표팀 주축들은 나이를 고려할 때 대부분 2∼3년 안에 은퇴가 불가피하고, 그 공백을 메우려면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켜야 하는데, 상무가 없이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초반 돌풍으로 상무 재창단이 다시 한번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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