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여자농구 기대주 김시온 "저, 신지현 라이벌 아니에요"
은퇴 1년 만에 BNK 복귀 "빨리 몸 만들어 팀에 보탬 될래요"
(부산=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여자농구 부산 BNK의 훈련장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2017-2018시즌이 끝난 뒤 돌연 은퇴를 선언했던 가드 김시온(24·175㎝)이었다.
김시온은 2013년 11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BNK의 전신 KDB생명에 지명된 선수다.
상주여고를 나온 김시온은 2학년 때인 2012년 추계연맹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3학년 때도 대통령기 우승과 MVP의 영예를 누린 유망주였다.
프로 2년 차 때인 2014년에는 터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했을 정도로 주위 기대가 컸다.
농구 센스와 정확한 미들슛 능력 등을 갖춘 김시온은 프로 5년 차가 된 2017-2018시즌 정규리그에서 평균 3.1점에 2.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조금씩 자리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갑자기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팀을 떠나 주위에 기대 만큼이나 큰 실망감을 안겼다.
BNK의 전신 KDB생명은 최근 한동안 하위권을 전전한 덕에 전보물(26), 구슬(25), 김시온, 진안(23) 등 유망 신인들을 많이 뽑았으나 진안을 제외한 선수들이 차례로 운동을 그만두는 악재를 겪어야 했다.
다행히 구슬은 2017-2018시즌부터 돌아왔고, 2019-2020시즌을 앞두고는 김시온이 복귀한 셈이다.
1년 만에 코트에 돌아온 김시온은 지난달 30일 부산대에서 진행된 훈련을 마친 뒤 "농구를 그만둘 때는 의지도 없었고, 내가 왜 농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동기부여가 안 되니 운동 자체가 싫어져서 팀을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1년간 여행도 다녀오고 그냥 푹 쉬었다"며 "워낙 편하게 지내 다시 돌아와서 운동을 따라 하려니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쉬는 기간에 동네 헬스클럽조차 다니지 않았다는 김시온은 "유영주 감독님으로부터 '다시 같이하자'는 말씀을 듣고 정말 오래 고민했다"며 "훈련 시작 1주일 전에 그럼 다시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1년을 쉬다가 1주일 준비해서 바로 적응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힘들어했다.
유영주 감독은 김시온이 신인 시절 KDB생명 코치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김시온에게 손을 내밀기가 다른 지도자들보다 편하기도 했다.
유 감독은 "가진 재능이 아까웠다"며 "신인 때부터 신지현에게 뒤지지 않는 선수라고 봤다"고 김시온을 복귀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수련 선수 자격으로 팀 훈련에 합류하도록 해 시즌 준비 과정을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시온은 "아직 연습생 신분이고 일단 몸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팀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빨리 팀 훈련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2순위로 드래프트에 지명됐을 때 1순위 선수는 유영주 감독이 말한 신지현(24·174㎝)이었다.
당시 드래프트에서 부천 KEB하나은행이 신지현, BNK의 전신 KDB생명이 김시온을 1, 2순위로 뽑았다.
둘은 포지션도 같은 가드여서 곧잘 비교됐다. 다만 신지현이 포인트가드, 김시온은 슈팅가드 성향이 강한 스타일로 평가됐다.
신지현은 2018-2019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하나은행과 3년간 첫해 연봉 1억 3천만원(지난해 연봉 5천500만원)에 재계약했다.
드래프트 이후 5년 사이에 '억대 연봉'과 '수련 선수'로 차이가 난 둘의 사이를 은근히 자극하며 물어봤다.
김시온은 "(신)지현이랑은 진짜 친하고, 이번에 FA 계약하고 나서도 너무 축하한다고 전했다"며 "연락도 많이 하고, 자주 만나는 사이"라고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듯이 답했다.
그러면서 "주위에서 하도 지현이하고 라이벌 구도를 만들려고 하시지만 그런 게 너무 싫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FA 대박'에 이어 올스타전에서 공연을 펼칠 정도로 프로 선수로서 '상품성'도 뛰어난 신지현과 김시온이 라이벌 구도를 이루며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여자농구 인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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