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야권 군사봉기 시도에…"민주주의 지지" 對 "폭력 의존"

입력 2019-05-01 02:08
수정 2019-05-01 09:57
베네수 야권 군사봉기 시도에…"민주주의 지지" 對 "폭력 의존"

美 사태 주시하며 "국민 편에 설 것"…러 "野, 폭력적 대립수단 회귀"

콜롬비아·브라질 vs 쿠바·볼리비아 상반 입장…멕시코 "대화로 평화롭게 해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30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위한 군사 봉기를 촉구하며 정권 퇴진을 위해 일부 군인들과 길거리로 나선 가운데 세계 각국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마두로 정권 퇴진을 바라는 미국과 정권의 존속을 지지하는 러시아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베네수엘라 군 장갑차, 시위대 향해 돌진…과이도 군사봉기 시도 / 연합뉴스 (Yonhapnews)

로이터 통신은 이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을 인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상황을 보고 받았으며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오늘 과이도 임시 대통령이 '자유의 작전' 개시를 발표했다"면서 "미국 정부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완전히 지지한다. 민주주의는 패배하지 않는다"고 썼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윗을 통해 "베네수엘라군은 헌법과 베네수엘라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민주주의의 강탈에 맞서 국회와 합법적 당국을 지지해야 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편에 선다"고 밝혔다.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는 브라질 정부는 군과 정보 당국의 채널을 통해 이날 오전부터 베네수엘라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주시하는 한편 과이도 의장이 군부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끌어내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했다.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외교장관은 "브라질 정부는 베네수엘라 군부가 민주적 변화를 지지하기 바란다"며 마두로 퇴진을 위한 군부의 행동을 촉구했다.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 국민과 군부는 독재와 마두로 대통령의 권력강탈을 거부하고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라"고 촉구했다.

콜롬비아는 베네수엘라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캐나다와 중남미 주요 국가들이 발족한 리마 그룹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반면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 베네수엘라 야권이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며 야권이 군사 봉기를 촉구한 것은 군부를 충돌로 끌어들이려는 뻔뻔한 시도라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베네수엘라의 급진적인 야권이 다시 한번 폭력적인 대립수단으로 회귀했다"면서 "그들은 정치적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고 공공질서를 침해하려고 기획한 과정을 밟았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서 진행 중인 소규모 군사 봉기와 관련해 최고 안보 기관과 논의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핵심 동맹국 중 하나인 볼리비아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야권의 쿠데타를 지원했다고 비난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남미 각국은 쿠데타를 비난하고 폭력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폭력과 죽음을 야기했다"고 비난했다.

베네수엘라의 우방국인 쿠바의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교부 장관은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트윗을 날렸다.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터키는 군사 봉기를 촉구한 베네수엘라 야권을 비난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우리는 베네수엘라 헌법 질서를 거스르는 확실한 시도가 있다는 보도가 나올까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합법적인 정부를 바꾸기 위한 반민주적 방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평화적인 해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페인 정부는 피를 흘리지 않은 채 평화적으로 민주적인 대선이 치러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사벨 셀라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진심으로 유혈사태가 없기를 바란다. 우리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과정을 지지한다. 우리는 즉각적인 새 대통령 선거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이도는 민주적인 전환을 이끌 합법성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정부는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으나 마두로 정부와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은 상태다.

멕시코는 베네수엘라에서 폭력과 유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멕시코 외교부는 성명에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공통의 길'을 찾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다른 나라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화와 불개입 원칙을 재차 천명했다.

멕시코는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해법 도출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강조해왔다.

과이도 의장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 인근의 한 공군기지 외곽에서 소규모의 중무장 군인들과 거리로 나서 군사 봉기와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촉구했으며, 베네수엘라 정부는 '군 반역자'들에 의한 쿠데타 시도를 진압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공군기지 인근에서 양측간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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