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게 도와줘"…폐암 투병 노모 자살 도운 아들 '집유'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폐암 진단을 받은 뒤 건강이 악화한 노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도록 도운 아들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A(52)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4남매 중 홀로 20년 넘게 어머니 B(79)씨를 부양해왔다.
그러던 중 2017년 10월 폐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가 병원 진료를 거부하면서 부축 없이는 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2018년 12월께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 B씨는 치료를 거부하고 퇴원한 뒤 아들 A씨에게 계속 "죽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이듬해인 올해 1월 초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도와달라"는 어머니 B씨를 부축해 아파트 25층 계단으로 간 뒤 창문을 통해 투신자살하도록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창문 밖으로 떨어져 숨졌다.
재판부는 "B씨가 스스로 몸을 던져 삶을 마감한 것이 본인의 결단이라고 해도 그런 선택을 돕거나 부추기는 일을 용인할 수 없다"며 "다만 치료 가능성 없는 폐암으로 3년간 투병하며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원한 B씨가 자살을 결심한 뒤 실행할 능력이 없어 아들에게 부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검찰 심리분석 결과에 의하면 A씨는 어려서부터 과도한 체벌과 기대를 받으면서 B씨 지시에 순종했고 이번 범행에도 이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군 복무 이후 학업을 포기하고 4남매 중 홀로 모친을 돌봤고, 다른 가족도 모친을 부양하지 못한 잘못을 탓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며 검찰 구형량(징역 5년)보다 낮은 양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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