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발맞추는 文대통령…'新산업협력'으로 경제돌파구 찾는다(종합)
시스템반도체·바이오·미래차 3大산업 육성 본격화…삼성전자에서 '신호탄'
혁신성장 드라이브-삼성 비메모리 투자전략 공통분모…文대통령·이재용 소통 늘까
집권 중반 실용주의 강화, 대기업과 거리 좁히기…고용·상생 효과도 염두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기업들이 과감하게 신산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을 들고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 한국을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국내 사업장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삼성그룹이 재계 서열 1위로서 재벌을 상징하는 기업이라는 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의혹으로 아직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파격'이라는 평가도 일부에서 나온다.
문대통령 "시스템반도체 성공으로 미래 선도…삼성 목표 돕겠다" / 연합뉴스 (Yonhapnews)
물론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삼성전자의 인도 공장인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바 있지만, 이는 인도 국빈방문 여러 일정 가운데 하나였다.
이에 비해 이날 방문은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 전략을 정부에서 전폭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한층 선명하게 드러낸 셈이다.
이런 행보에는 한국 경제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성장 가능성이 큰 신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상황 인식과 함께, 이를 위해서는 경제 분야에서 대기업들과도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앞서 ▲ 비메모리 반도체 ▲ 바이오 ▲ 미래형 자동차 등 3대 분야를 '중점육성 산업'으로 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정책 역량을 집중, 한국 경제의 체질을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꿔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삼성전자 방문 및 비메모리반도체 육성계획 발표는 이런 체질개선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삼성전자 방문을 그 출발점으로 삼은 데에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왔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삼성의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 전략과 시기적으로 맞물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이 10분기 만에 가장 적은 흑자를 기록하는 등 난관에 부딪혔고, 이 부회장은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이는 '마이너스 성장률' 등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비메모리 반도체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결국 앞으로 '신산업 협력'을 매개로 청와대와 삼성이 경제정책 분야에서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소통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도 이 부회장을 만났고, 당시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반도체 경기가)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반도체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진보진영을 중심으로는 '경제정책이 대기업 중심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또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재판 중인 이 부회장을 자주 만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이는 지난해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인도 공장을 방문할 때에도 제기됐던 지적이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지금까지 대통령 경제 행사에 누구는 오고 누구는 오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그렇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퀘스천(의문)"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치적 변수는 고려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기업을 끌어안겠다는 '실용주의' 자세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청와대 내에서도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이 부회장을 7번 만났다'라는 기자들의 언급에 "이 부회장과 단독으로(1대 1로) 만난 것은 7번이 안 된다. 여러 기업인과함께 만난 자리 등을 포함해서 7번으로 집계한 것 같은데, 조금 과도한 집계로 보인다"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이 부회장의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남이 부적절하지 않나'라는 물음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그러면서 "오늘 삼성전자에서 일정을 진행하긴 했지만, '정부가 삼성과 무언가를 했다'는 것보다는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뿐 아니라 SK, 현대 등 다른 기업 임원들도 참석했고, 인재양성 논의를 위해 대학 총장도 자리를 함께했다"며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자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로 접어들며 이런 경제정책 실용주의 기류는 한층 강해지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청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준공식 참석했으며, 곧이어 유럽 순방 도중 프랑스 파리에서 현대 수소전기차를 시승했다.
올해 1월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는 5대 그룹 총수를 모두 청와대로 초청한 바 있다.
이와 함께 3대 중점육성 사업 가운데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는 삼성·SK, 미래차(수소전기차) 산업에는 현대차가 진출해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앞으로 대기업들과 접점을 늘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또 대기업과의 협력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은 물론, 정부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보탬이 되리라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삼성공장 방문에서도 "반도체 분야는 우리나라 수출의 20%, 17만 5천여 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며 "기업들도 새로운 투자계획과 상생 협력 강화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 국민과 기업들의 도전과 상생 의지가 우리의 미래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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