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발코니 알몸 1·2심 엇갈린 판결에 대법원 유죄 확정(종합)
검찰 공소사실 따라 1심 무죄·2심 벌금+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3심 대법원 "상고 이유 안 된다" 아예 기각…2심 판결 확정
"여성이 발코니에 나체로 있었다면…" 네티즌 의견 분분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남성이 대낮에 호텔 발코니에 나체로 서 있었다면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돼 네티즌들의 열띤 공방을 불러일으켰던 이 사건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법원 3부는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A(36)씨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5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의 법령 위반 등 구체적인 사유 없이 단순히 원심의 사실 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주장과 양형 부당 주장은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2017년 9월 11일 부산 한 호텔 6층에 투숙한 A씨는 다음날 정오께 야외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 나체 상태로 3∼4분가량 서 있었다.
때마침 야외수영장에서 이 모습을 본 30대 여성이 깜짝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여성 진술을 토대로 "호텔 발코니에서 벌거벗은 채 음란행위를 했다"며 A씨를 기소했다.
1심은 "목격자가 A씨를 보고 당황한 나머지 음란행위를 했다고 오인했을 수 있고, 퇴실하려고 짐을 싸는 아내 바로 옆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것이 경험칙상 이해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A씨가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호텔 발코니에 나체 상태로 서 있는 것 자체가 음란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이에 대해 2심은 "음란행위는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 의도를 표출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며 "호텔 발코니에 나체로 서 있던 행위는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음란행위에 해당한다"고 1심 무죄를 파기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외부에서 발코니가 보인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점, 중요 부위를 가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타인에게 불쾌감과 수치심을 줄 수 있음을 인식한 고의도 인정된다"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의 한 법조인은 "법원은 검사가 신청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만 심판한다(불고불리의 원칙)"며 "검찰이 1심에서는 구체적인 음란행위 여부를, 2심에서는 나체 노출이 음란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공소사실에 넣어 법원이 판결한 것일 뿐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되자 인터넷상에서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수영장이 훤히 보이는 발코니에서 나체로 서 있는 건 당연히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 "기본예의를 지켜야지, 유죄입니다"라고 당연한 판결이라는 의견을 냈다.
다른 네티즌은 "호텔방 베란다를 쳐다본 게 잘못 아니냐, 남녀 성별이 바뀐 상황이었다면 쳐다본 사람이 성희롱으로 처벌받을 것", "남자라서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사건화돼 벌금형을 선고받고 공론화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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