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고통 함께 나눠주세요" 국내 스리랑카인의 호소

입력 2019-04-30 13:53
수정 2019-04-30 14:02
"테러 고통 함께 나눠주세요" 국내 스리랑카인의 호소

한국생활 20년 페르말씨 "테러에 굴복하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희생자가 너무 많았어요. 뉴스에 나온 것보다 사망자가 더 많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소식을 듣고 나서 주변에 있는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가족들이 괜찮은지 물었죠. 다들 혼란스럽고 정신없어했어요"

지난 21일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 테러로 약 250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 거주하는 스리랑카인에게도 짙은 슬픔이 내려앉았다.

고국에서 대규모 테러가 발생한 뒤 이들이 일상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 머나먼 타국에 있어 이들이 스리랑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가 없었다. 몇몇 스리랑카인들이 머리를 맞댔고 한국 사회에 고국의 아픔을 알리고 무자비한 테러를 규탄하기로 했다. 지난 28일 서울역 광장서 진행된 스리랑카 테러 희생자 추모 행사가 기획된 배경이다.



이번 행사를 함께 준비한 스리랑카인 푸쉬파 페르말(50)씨는 30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국인들도 이번 테러의 아픔을 함께 나눠달라고 호소했다.

처음 테러 소식을 접했을 때 페르말씨는 한국에 나와 있는 스리랑카 사람들이 이번 일로 피해가 없는지 챙겼다고 한다.

그는 "제가 알기론 이번 테러로 가족이 사망한 사람이 2명이나 있다"며 "한 사람은 가족이 5명, 다른 사람은 가족이 3명이나 죽었다고 한다. 소식을 듣고 스리랑카로 바로 갔다"고 안타까워했다.

페르말씨는 "계속 뉴스를 보면서 외국에 나와 있지만 죽은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이번 테러는 가톨릭 교인에게 집중됐지만 서로 종교가 달라도 죽은 사람들도 역시 스리랑카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페르말씨를 비롯한 국내 거주 스리랑카인들과 한국이주노동재단, 국제안전보건재단, 스리랑카 교류협력재단 등이 기획한 이날 행사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약 2천명이 모여 테러 희생자를 추모했다.

그는 행사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우리는 특정 종교를 비난할 생각이 없다"며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는 절대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99년 경기도 김포에 있는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에 온 페르말씨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일한 뒤 2006년부터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를 위한 노동·인권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인생의 3분의 2를 한국에서 보낸 그는 한국 사람들이 스리랑카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이번 테러에 대해서도 함께 가슴 아파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리랑카를 사랑하는 한국 사람이 많다"며 "여행으로 스리랑카를 다녀온 한국인들은 '안전하게 다시 여행을 가야 하는데 이런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말해주셨다"고 전했다.

페르말씨는 스리랑카 곳곳에서 폭탄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는 소식에 추가 테러가 더 있지 않을까 크게 걱정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인이 스리랑카 테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테러는 어디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에는 스리랑카에서 발생했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어요. 국제적으로 테러의 위험성은 어디든지 있죠. 안전한 나라는 누구나 원합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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