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찾아온 흰돌고래가 '러시아 스파이'?…어부가 장비 풀어줘

입력 2019-04-30 10:57
어선 찾아온 흰돌고래가 '러시아 스파이'?…어부가 장비 풀어줘

벨트에 액션캠 홀더와 러시아 라벨…"과학자용 장비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노르웨이 북극 해안에서 러시아의 '스파이 훈련'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벨루가(흰돌고래)가 발견돼 관심이 쏠렸다.

2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공영방송(NRK)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지난주 노르웨이 잉고야섬 앞바다에서 벨루가 한 마리가 노르웨이 어선에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린 채 2∼3일 연속으로 찾아왔다.

이 섬은 러시아의 북부 함대가 주둔하는 무르만스크에서 415㎞ 떨어져 있다.



벨루가의 머리 부분에는 두 개의 벨트가 맞물려 장착돼 있었고, 벨트에는 액션캠인 '고프로'를 끼울 수 있는 홀더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유라는 라벨이 붙어있었다.

노르웨이 해양생물학자인 오툰 리카르센 교수는 "벨트는 머리 부분에 단단히 고정돼 있었고, 카메라가 달려 있지는 않았다"며 "러시아 동료에게 물어보니 이 벨트는 러시아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종류의 키트(장비세트)는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리카르센 교수는 "러시아 동료는 자국 해군이 몇 년 동안 벨루가를 잡아다 훈련했다고 알고 있었다. 이 벨루가는 아마도 그것과 관련돼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벨루가를 처음 발견한 어부 조어 헤스턴(26)은 지난 26일 직접 바다에 들어가 고래에 장착된 벨트를 풀어줬다.

헤스턴은 "첫 번째 벨트를 풀었을 때 환호성이 터졌다. 두 번째 벨트는 풀기가 더 힘들었는데 고래가 힘껏 움직이자 간단히 풀렸다"며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리카르센 교수는 "이제 이 고래가 자연에서 먹이를 구하는 데 적응하는 것과 무리를 찾는 것이 과제"라며 "만약 그러지 못하면 아마도 계속 선박에 다가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러시아의 예비역 대령인 빅토르 바라네츠는 러시아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이 동물(벨루가)을 스파이로 이용한다면, '이 번호로 전화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핸드폰 번호를 (라벨에) 붙였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며 노르웨이 당국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전투용 돌고래를 보유 중이고 그러한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며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에 군 돌고래 센터가 있고, 이곳의 돌고래들은 해저 분석부터 외국 잠수부 살해, 외국 선박에 지뢰를 부착하는 임무 등을 훈련받았다"고 말했다.

과거 해양 포유류의 군사적 활용에 대해 연구한 그는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벨루가가 러시아 해군 시설에서 탈출했을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냉전기간 동안 미 해군 역시 돌고래와 바다사자가 해저 지뢰 등을 찾도록 훈련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지뢰제거팀을 돕도록 돌고래를 걸프만에 배치한 바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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