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CEO "추락사고 조종사들, 절차 완전히 따르지 않았다"
뮬렌버그, 737맥스 추락사고 후 첫 기자회견서 일부 책임회피
추락사고로 가족잃은 캐나다인 2명은 보잉에 소송 제기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데니스 뮬렌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연이은 'B-737 맥스' 기종의 추락사고와 관련해 조종사들에게 일부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AP통신, CNN 등에 따르면 뮬렌버그 CEO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주주총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737 맥스가 자체 설계와 검증 기준을 준수했다며, 조종사들이 절차를 완전히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뮬렌버그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에 이어 지난달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까지 737 맥스 추락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후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나선 것이다.
이달 초 두 추락사고가 이 항공기의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 오작동 때문임을 인정했던 뮬렌버그는 이날 주총에서도 책임을 인정하며 희생자들을 애도했지만, 이후 기자회견에선 전적으로 보잉의 책임은 아님을 시사했다.
뮬렌버그는 "대부분의 사고가 그렇듯 일련의 사건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어느 하나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사고 상황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종사들이 따라야 할 지침을 제공했다며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절차들이 완전히 준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뮬렌버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개선할 방법을 찾아냈다"며 "보잉이 다시 하늘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기를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737 맥스의 운항이 재개되면 자신을 비롯한 경영진이 가장 먼저 탑승하겠다고 약속했다.
뮬렌버그는 그러나 사임 의사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뮬렌버그는 6개의 질문에만 답한 채 자리를 떴다고 AP가 전했다. 기자들은 "345명이 죽은 사고"라며 더 질문을 받을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앞선 주총에서는 주주들이 경영진을 향해 곤란한 질문들을 쏟아냈다고 CNN은 보도했다. 사고 이후 보잉의 실적과 주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주총장 밖에는 사고 희생자들의 사진과 "보잉의 오만함이 사람을 죽였다" "보잉과 경영진을 살인죄로 기소하라"는 팻말은 든 시위대도 있었다.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에티오피아 항공기 사고로 가족 10명을 잃은 캐나다인 2명은 보잉의 과실을 주장하며 이날 시카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블룸버그 등이 전했다.
원고 중 한 명인 매넌트 바이디야는 기자회견에서 "화장할 유해도 없다. 우리에겐 끝도, 평화도, 대답도 없다"고 울먹였다.
앞서 지난달엔 르완다 국적의 희생자 유족이 보잉에 소송을 제기했고 주주들도 회사가 안전 문제를 숨겼다며 집단소송을 낸 바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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