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살리기'에 운명 바뀐 공수처법…2개 법안 동시 지정

입력 2019-04-30 00:08
수정 2019-04-30 06:31
'권은희 살리기'에 운명 바뀐 공수처법…2개 법안 동시 지정

바른미래 '돌발 제안'에 민주 의총서 볼멘소리에도 수용

반대했던 평화도 의총 후 입장 선회…우여곡절 끝 패스트트랙 탑승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이보배 김여솔 기자 =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데 성공했지만, '2개의 공수처법'이라는 형식으로 인해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여야 4당은 패스트트랙 추진을 시작할 때부터 유지해 온 공조를 지키기 위해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을 기존에 준비해놨던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발의 공수처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태우기로 했다.

국회 사개특위,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 지정 / 연합뉴스 (Yonhapnews)

공수처법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이날 오전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돌발 제안을 하면서부터다.

패스트트랙을 위해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을 강행한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계의 반발 등에 부딪히며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김 원내대표는 주말새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만나 사과하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의원인 김성식·김동철 의원과도 접촉한 뒤 '치유 절차' 차원에서 권 의원 대표 발의로 새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자는 제안을 내놨다.

'제안을 거부할 경우 패스트트랙을 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친 김 원내대표의 제안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3당은 어지러운 입장 차를 보였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제안을 받고 이날 점심부터 김 원내대표는 줄다리기를 벌이며 조율을 시도했다.

이후 홍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제안을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고, 당 지도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정했다.

잇달아 의원총회를 연 민주당은 권 의원 발의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리고 이날 중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의석을 손해 보는 선거법 개정 양보에 이어 공수처 설치에서도 '제한적 기소권'을 받아들이며 한발 물러섰던 만큼, 민주당 내에서는 '또 한 번의 양보'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재정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여기까지 왔으니 바른미래당 안을 못 받을 것도 없지만 과연 그렇다면 여기서 끝날 것인가"라며 "오죽하면 '권은희 명예회복법'이라는 말까지 있다"고 성토했다.

사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의총에서 "권은희 의원의 안과 우리 안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어 받을 수 없는 안"이라며 반대와 우려의 뜻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백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을 추진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의 고비가 등장했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등이 기자회견을 통해 "4당 합의를 깨는 것"이라며 바른미래당 공수처법 별도 발의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미 '합의'를 마친 홍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장 원내대표를 설득했다.

이후 평화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1시간가량 논의한 끝에 추후 심사 과정에서 공수처법 단일안을 도출하는 것을 전제로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패스트트랙 지정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저마다 셈법이 다른 여야 4당의 숨 가쁜 조율과 줄다리기 끝에 종일 롤러코스터를 탄 공수처법의 운명은 결국 '2개 법안 병행 상정'이라는 결론을 맞았다.

패스트트랙 지정에는 성공했지만, 앞으로의 논의와 심사 과정에서 '2개의 공수처법'이 남긴 불씨가 언제든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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