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불명예퇴진 1년도 안됐는데…조계종 또 '내홍'
노조설립 놓고 내부갈등 재점화…원행 총무원장 "산별노조 가입 안 맞아" 부정적
노조, 자승 전 총무원장 비위의혹 고발…총무원, 노조 간부 징계 '맞불'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의 내홍이 깊어가고 있다.
조계종은 지난해 8월 설정 스님이 학력위조, 은처자 의혹 등으로 총무원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한 뒤 원행 스님 체재로 전환하며 혁신을 다짐했지만 노조 설립을 계기로 내부 갈등이 재점화하며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노조가 자승 전 총무원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총무원은 이들 노조 간부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맞불을 놓으면서 상황은 갈수록 꼬이는 양상이다.
29일 조계종 등에 따르면 작년 9월 총무원 직원들은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소속으로 대한불교조계종지부를 결성했다. 조계종 총무원 단위에서 노조가 만들어지기는 처음이었다.
노조는 당시 출범 선언문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종무행정은 갈수록 줄어들고 신도를 수동적인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며 노동자로서 권익보호 등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는 조계종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노조에는 전체 가입대상 300여명 중 40여명이 가입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노조 설립 때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총무원은 노조 출범 선언이 있던 당일 대변인인 기획실장 학암 스님의 입장문을 통해 "매우 중차대한 시기에 갑작스러운 노동조합 결성 소식이기에 염려스럽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또 "최근 민주노총 지도부는 종단을 음해하는 세력에 동조했고 불교 내부 문제에 개입해 불자들의 우려와 불신을 불러일으켰다"며 "이런 민주노총과 연계해 종단 정치 문제에 관여하고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행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도 했다.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도 최근 연 기자간담회에서 "(노조가) 산별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총무원의 이같은 입장에 노조는 총무원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사용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냈다.
노조를 둘러싼 양측 갈등은 지난달 노조가 자승 전 총무원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더욱 첨예해졌다.
노조는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 재직 때인 2011년 10월부터 하이트진로음료와 감로수라는 상표의 생수사업을 하면서 상표 사용 수수료 5억원 상당을 제3자인 ㈜정에 지급하도록 해 종단에 손해를 끼쳤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특히 자승 스님 친동생이 ㈜정의 사내이사로 오르는 등 자승 스님과 업체 간 특수관계가 의심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서울 서초경찰서에 내려보내 수사지휘를 하고 있다.
총무원은 노조가 전임 총무원장의 비위의혹을 제기하며 내부 감사 요구도 없이 수사기관으로 직행하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총무원은 검찰 고발을 주도한 노조 집행부 4명을 강원 양양의 낙산사로 대기발령을 내렸다.
노조는 총무원의 인사조치로 하루아침에 근무지가 서울에서 양양으로 바뀌자 부당 전보라고 반발하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자승 전 총무원장을 둘러싼 고발, 노조 간부 인사조치 등을 두고는 불교 관련 시민단체에서도 신속한 수사 등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른불교재가모임은 29일 서초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불교 대표종단이라 자부하는 조계종의 부패상 앞에서 우리 단체 및 불자들은 비통한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계종단의 감로수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 협조, 조합원에 대한 인사 조치 철회를 촉구한다. 서초경찰서에 엄중하고 신속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조계종을 둘러싼 잡음은 본산인 조계사의 템플스테이를 둘러싸고도 일고 있다.
조계사는 국고보조금 10억여원을 지원받아 외국인 전용 템플스테이를 만들었는데 실상은 애초 건립 목적과 다른 카페와 사무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템플스테이 사업과정에서도 두 건설업체에 이중계약을 체결했고, 이중 A 건설업체 대표가 국고보조금 수억원을 무단 인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내부 공익신고자는 조계사 주지인 지현 스님과 A업체 대표를 국고보조금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최근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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