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다 앞선 엄마의 욕망…영화 '에이프릴의 딸'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모성애는 신화다.' 이 명제는 사실일까 거짓일까.
멕시코 출신 미셸 프랑코 감독의 최근작 '에이프릴의 딸'은 모성애보다 자신의 욕망을 택한 엄마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이 명제가 사실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에이프릴(엠마 수아레스 분)은 어느 날 떨어져 살던 두 딸 클라라(호안나 라레키)와 발레리아(안나 발레리아 베세릴)를 찾아온다. 17세에 불과한 발레리아는 남자친구 마테오(엔리케 아리존)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밴 상태. 에이프릴은 어린 나이에 출산하게 된 발레리아를 돌봐준다. 아이가 태어나자 에이프릴은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영화는 초반부 에이프릴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을 궁금하게 하는 동시에 이후 벌어질 그의 행동의 단서를 준다. 발레리아의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문전박대당하고 마테오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심상치 않은 눈빛을 보내던 에이프릴의 모습이 모두 그의 욕망의 편린이다. 에이프릴이 자신의 욕망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막장도 잘 만들면 명작이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국내 제목은 '에이프릴의 딸'로 단수로 표현됐지만, 원제는 'Las Hijas de Abril'로 복수다. 원제는 발레리아뿐 아니라 큰 딸인 클라라까지 포함하고 있다. 남자들은 부재하거나 나약하게 그려지는 이 영화에서는 혈연으로 연결된 여성 세 명의 경쟁이 펼쳐진다. 에이프릴은 발레리아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고 클라라는 뚱뚱하고 인기 없는 자신과 비교되는 발레리아의 모습에 열등감을 느끼는 것처럼 묘사된다. 에이프릴은 클라라의 외모를 자기 마음대로 꾸미려고 한다.
분명 현실에 있다면 막장이라고 혀를 찰 정도의 이야기지만, 영화의 연출은 에이프릴의 행동에 대해 지독하게 냉정한 태도를 취한다. 에이프릴의 행동의 옳고 그름에 대해 어느 가치판단도 하지 않는다. 관객의 설득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관객은 이 때문에 때로는 영화가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알폰소 쿠아론, 기예르모 델 토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등 멕시코 거장들의 뒤를 잇는 미셸 프랑코 감독은 '애프터 루시아'(2012)로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 '크로닉'(2015)로 제68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에이프릴의 딸'로는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에이프릴을 연기한 엠마 수아레스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줄리에타'로 잘 알려진 스페인의 배우다.
오는 5월 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