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불법대여에 한강공원 '몸살'…철거시간 임박해도 계속 영업

입력 2019-04-28 10:59
텐트 불법대여에 한강공원 '몸살'…철거시간 임박해도 계속 영업

"방금 빌렸는데 철거하라니"…노점상, 철거 1시간 전에도 대여 계속

·밀실 텐트·설치구역·시간 제한…일부 "과도한 규제" 불만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텐트 금지 구역입니다. 그리고 7시까지만 텐트 펴실 수 있습니다. 바로 철거해 주세요."

27일 오후 여의도 한강공원.

서울시 단속반이 한 텐트 안에 앉아있던 일행 3명에게 안내하자 이들은 일제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텐트 허용 시간인 오후 7시가 막 지난 시점이었다.

이들 중 한 명이 "방금 빌린 텐트다. 대여소에서는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직전 수시 단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텐트라는 점에서 실제로 텐트를 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단속반원이 "새로 바뀐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대여소에 가서 따지라"고 재차 철거를 요구하자 이들은 마지못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 30분 뒤 기자가 다시 현장을 찾았을 때 일행은 그제야 텐트를 접고 있었다. 곧이어 약 30m 떨어진 노점 대여소로 가 텐트를 반납하며 "왜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다.

대여업자는 "제한 구역에는 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면서도 텐트 허용 시간을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말을 얼버무렸다.

노점 텐트 대여소의 불법 영업으로 한강공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오후 여의도 공원 계절광장 일대는 텐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다수는 인근 대여소에서 빌린 텐트였다. 지역 주민이 많은 반포나 잠원 공원과 달리 외지에서 오는 방문객이 많다 보니 대여 텐트가 많다는 게 단속반 측의 설명이다.

가까운 곳에서 쉽게 텐트를 빌릴 수 있다 보니 여의도 공원 텐트는 매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더불어 쓰레기도 연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결국 칼을 빼 들었다. 지난 22일부터 텐트 설치 구역을 제한하고, 허용 시간도 오후 9시에서 오후 7시로 앞당긴 것. 위반 시에는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문제는 불법 노점 대여소의 '모르쇠'식 영업 행태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철거까지 불과 1시간을 앞두고도 공원 입구에 있는 노점 대여소에서는 버젓이 텐트 대여가 한창이었다. 이 중 5곳에 대여를 문의하니 모두 대여가 가능하다고 했고, 2곳은 허용 시간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허용 시간이 7시까지가 아니냐고 먼저 물으니 한 곳은 "7시까지긴 하지만 단속을 제대로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곳은 그제야 "원래 대여료가 1만원이지만 6시가 넘었으니 5천원에 빌려주겠다"고 했다.



게다가 텐트 대여 시간은 대부분 4시간이다. 오후 늦게 빌린 시민 입장에서는 '본전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이정호(33) 씨는 "오후 4시에 1만5천원을 주고 빌렸는데 3시간 만에 걷으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여의도 공원에서 본 노점 대여소만 10여곳에 달했다. 대부분 공원 입구 계단과 편의점 부근에 노점을 차리고, 텐트뿐 아니라 돗자리, 담요까지 빌려줬다. 대여소 주변은 텐트를 빌리거나 반납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안 그래도 혼잡한 공원 입구가 더 혼잡해졌다.

공원 안에 있는 노점 대여소는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단속은 별다른 효과가 없는 실정이다.

과태료가 7만원에 불과해 '자릿세' 개념으로 아예 과태료를 내고 장사하는 노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단속 과정에서 거칠게 저항하다 보니 몸싸움까지 번지기도 한다.

단속반의 노병권 반장은 "시민들은 대부분 철거해 달라고 하면 순순히 따르지만, 노점상들 때문에 골치"라며 "인원도 부족한 데다 현재 규정으로는 더 강하게 단속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노점상과 달리 시민들은 비교적 협조적이었다.

단속 첫 주말임에도 텐트 금지 구역에서는 텐트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오후 7시가 지나도 자리를 지키던 캠핑장 텐트 70여개는 오후 8시 이전에 모두 철거됐다.

텐트 대부분은 규정대로 2면 이상을 개방했다. 3면을 가린 텐트가 10개 중 2∼3개꼴로 눈에 띄었지만 4면을 모두 가린 '밀실 텐트'는 드물었다.



텐트 3면을 가렸던 한 시민은 "해가 지니 추워져서 가렸다"며 "날씨 때문에 텐트를 닫아놓는 경우도 있을 텐데 텐트 개방 면수까지 단속하는 것은 과도한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오후 3∼4시 이후 본격적으로 텐트를 치는 점을 고려하면 허용 시간이 짧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동석(29) 씨는 "공원 내 야시장도 밤늦게까지 하는데 시간을 좀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의도 공원 측은 22일부터 이전의 두 배 규모인 단속반 18명을 투입해 텐트 설치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아직은 계도 위주라 실제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노 반장은 "이전에는 해가 진 후에 텐트를 걷는 사람들이 몰래 남기고 가는 쓰레기가 많았는데 허용 시간을 당겨 해가 떠 있을 때 철거하게 하니 쓰레기도 줄어드는 추세"라며 "시민 대부분은 취지에 공감하고 협조해 준다"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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