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6' 양동근 "1차전 결승포는 제 농구 인생 '톱3' 순간 중 하나"
역대 최다 6회 우승 기록…유재학 감독님 덕에 제 농구가 바뀌어
가장 힘든 우승은 2006-2007시즌, 내년도 우승 가능성 있겠죠
(성남=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저는 아이스 캐러멜 마키아토 하나 주세요."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통산 7번째 우승을 이끈 가드 양동근(38)을 경기도 성남시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에 대해 새로운 면을 많이 알게 됐다.
1981년생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워 올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여러 차례 결정적인 슛을 터뜨린 양동근이었기에 음료 하나를 고를 때도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페에서 만났지만 "십전대보탕은 없나요"라고 물어보거나 "물을 많이 마시는 게 건강에 좋다더라"며 냉수 한 잔만 시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평소 경기장에서 항상 진지하고 경기에서 이기고도 '반성할 것이 많다'고 몸을 낮추는 그의 스타일 때문에 갖게 된 '선입견'이었다.
그러나 전혀 뜻밖에 카페에서 제일 단 음료인 아이스 캐러멜 마키아토를 주문한 양동근은 '뜻밖의 선택'이라는 말에 "그냥 커피는 너무 써서…"라며 빨대로 음료를 휘휘 저었다.
그는 "먹는 재미까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저는 야식이고 뭐고 다 먹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지훈이나 (이)대성이가 제가 이러는 걸 엄청나게 부러워한다"며 "대성이는 '혹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식단 관리를 엄청나게 하고, 지훈이도 체중 때문에 먹는 양을 조절한다"고 뿌듯해했다.
그에게 식단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체력에 아무 문제가 없는 비결을 물었더니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강한 몸 덕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양동근은 "몸 관리는 20대 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며 "한창때는 경기에서 지면 분해서 새벽 4시, 5시까지 잠을 못 잤는데 요즘은 그래도 늦어도 1시면 자려고 하는 게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따로 먹는 것도 팀에서 주는 비타민이나 홍삼액 정도"라며 "어디를 다쳐서 통증이 생겨도 참고 할 만하면 하는 스타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다만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발목 부상으로 11경기에 결장했던 상황에 대해 "처음에는 수술해야 하는 줄 알았다"며 "다행히 인대가 완전히 파열된 것이 아니어서 다시 복귀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시즌 아웃에 어쩌면 은퇴까지 해야 했을 상황이었는데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 '운이 좋았다'는 말도 양동근이 평소 인터뷰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승부를 가르는 '빅 샷'을 넣고도 "운이 좋았다"고 하고, KBL 선수로는 역대 최다인 6번 우승한 것도 "운이 좋았다"고 하는 게 그의 인터뷰 스타일이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1차전 종료 6초를 남기고 결승 3점포를 꽂았고, 4차전에서는 약 1분여를 남기고 4점을 뒤진 상황에서 추격하는 3점슛을 터뜨렸다.
하지만 양동근은 "감독님이 잘 그려주신 그림이고 대성이, 지훈이, (라)건아, (문)태종이 형 등이 다 그에 맞게 움직여주면서 저한테 잘 맞아떨어진 장면"이라고 몸을 낮췄다.
그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만 앞서 언급한 두 차례의 '빅 샷'을 넣었고 2012-2013시즌 서울 SK와 챔피언결정전 때도 경기 내내 끌려가던 1차전 종료 1분 15초를 남기고 역전 3점포를 적중, 4연승 우승으로 가는 발판을 놨다.
양동근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가 강심장은 아니고, 경험이 많다 보니 그런 슛도 몇 번 들어가는 이유가 아니겠냐"며 "꼭 넣어야 할 때 못 넣은 적도 있고, 또 반대로 운 좋게 넣은 경기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빅 샷' 베스트 3'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양동근은 먼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이란과 결승전을 떠올렸다.
당시 우리나라는 종료 1분 10초 전까지 5점이나 끌려가고 있었지만 양동근의 3점포로 2점 차를 만들었고, 이어진 공격에서는 양동근의 어시스트를 받은 김종규(LG)가 골밑 득점에 이은 추가 자유투를 넣어 종료 36초 전에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2013년 SK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넣은 역전 3점포와 올해 역시 전자랜드를 상대로 한 챔피언결정전 1차전의 결승 3점포를 차례로 지목했다.
6번이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우승을 묻자 "첫 우승이었던 2006-2007시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당시 현대모비스는 부산 KTF를 상대로 7차전 접전을 벌인 끝에 우승했고, 이 시리즈는 지금도 프로농구 역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명승부로 남아 있다.
양동근은 "그 직전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 삼성에 4전 전패를 당했기 때문에 2년 연속 결승에서 졌더라면 지금의 6번 우승도 없었을 것"이라며 "삼성에 4-0으로 져서 준우승하고 (김)동우 형이 입대를 고민했는데 제가 '1년만 더 하고 우승한 다음에 같이 군대 가자'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양동근을 인터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역시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이다.
양동근은 자신의 인생에서 '운이 좋았던 장면 베스트 3'를 꼽아달라는 말에도 거침없이 "용산고, 한양대에 간 것과 (유재학) 감독님을 만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처음에 모비스 입단해서 등 번호를 못 정하고 있었다"며 "그때 감독님이 '왜 등 번호 안 정하냐'고 물으셔서 '남은 게 3번, 6번이다'라고 답했더니 '그냥 6번 해'라고 하셨다"고 2004년 당시를 떠올렸다.
그래서 6번을 달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감독님이 기아에서 현역으로 뛰실 때 번호가 6번이더라"는 것이다.
"무심한 척 '아, 아무거나 달아. 여기 6번 있네'라는 식으로 자신의 등 번호를 물려주려는 마음이 아니었겠느냐"고 묻자 양동근은 "그런 생각을 하셨을지도 모르지만…"이라며 자신 있게 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을 만난 뒤 어떤 점이 달라졌느냐'는 물음에는 "농구 자체가 바뀌었다"고 확신에 찬 답변을 했다.
그는 "제가 신인 때 이상민, 신기성, 주희정, 김승현 등 쟁쟁한 선배님들이 계셨는데 저는 아무래도 그분들보다 센스나 시야가 떨어지는 편이었다"며 "저는 투박하면서 직접 때려 부수는 스타일인데 유 감독님께서 장점은 살려주시고, 단점은 안 보이게 해주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양동근에 대한 '선입견' 가운데 또 하나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인터뷰에서 항상 '모범 답안'만 얘기하고, 경기 도중에 표정 변화도 거의 없는 그의 스타일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너무 재미가 없다는 평이 있다"고 물었더니 "너무 틀에 박힌 얘기만 하니까 그렇죠"라고 자신도 잘 안다는 답이 돌아왔다.
양동근은 "저도 (이)대성이처럼 톡톡 튀는 얘기를 하면 좋은데 성격상 뒷일을 많이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며 "예를 들어 챔피언결정전 앞두고도 저도 마음 같아서는 '무조건 4대0'이라고 큰소리도 치고 싶지만 상대 팀 선수들도 같이 농구하는 동생들이라 그렇게 말이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끝나고도 양동근은 "이겼지만 반성해야 할 경기"라고 고개를 숙인 반면 이대성은 "이겼으면 된 것"이라고 말해 좋은 대비를 이뤘다.
하지만 양동근은 "그렇게 말해놓고 제일 반성 많이 한 게 대성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다음 경기에 대한 반성과 대비의 측면에서 이대성을 따라갈 선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후배에 대한 칭찬이다.
올해 우승하고 나서 "우승 반지 6개를 모았는데 앞으로 발가락에까지 채우겠다"는 발언이 기사로 전해지기도 했던 그는 "제 성격상 그렇게 얘기했겠느냐"며 "대성이가 발가락까지 우승 반지를 끼워주겠다고 했으니 기대해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선수 생활하면서 6번 우승한 것이 가장 큰 자랑이고 그 자체로 저는 행복한 선수"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뛸지는 모르지만 일단 다음 시즌도 (우승)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에게 '다음 시즌 어느 팀에서 뛸지 이미 정한 것이냐'고 물으니 "구단 사무국에 전화 좀 해주세요"라는 그의 농담 섞인 답변에서 섭섭하지 않은 대우를 해달라는 투정과 '내가 가긴 어딜 가겠느냐'는 듯한 뉘앙스가 동시에 느껴졌다.
email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