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생일'에 함께 눈물 이탈리아 관객에 감사…큰힘 얻어"

입력 2019-04-28 07:00
전도연 "'생일'에 함께 눈물 이탈리아 관객에 감사…큰힘 얻어"

우디네 극동영화제 개막작 '생일' 상영에 객석 눈물바다

"이제 홀가분…비로소 이 영화 떠나보낼 수 있을 듯"

(우디네[이탈리아]=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슬픔을 느끼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이곳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실 걱정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잘 공감해주시고, 함께 눈물을 흘려 주셔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배우 전도연이 27일(현지시간) 영화 '생일'에 보여준 이탈리아 관객들의 공감과 눈물에 감사를 표현했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에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풀어낸 '생일'은 26일 밤 이탈리아 북동부 우디네에서 막이 오른 '제21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객석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관객들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눈물과 함께 박수를 쏟아내며 이 영화의 여운까지 함께 나눴다.

전도연은 개막작 상영 다음 날 열린 관객과의 대화, 언론 인터뷰에 이종언 감독과 함께 참석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부터, 영화 촬영 과정, 관객 반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 작품에 출연 결심을 하는 과정도 그렇고, 촬영 때와 개봉 이후에도 작품으로 인해 마음이 계속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런데, 이곳 관객들이 이 영화에 몰입하고, 공감하고, 눈물 흘리는 모습에 개인적으로 큰 위로와 힘을 얻었다. 이제 비로소 이 작품을 마음에서 잘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전도연은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 16일에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관객의 질문에는 "TV를 통해 사건을 처음 접했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아이들이 구출됐을 줄 알았다"며 "배가 아이들과 함께 가라앉았을 때 느낀 충격과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에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출연을) 고사했다"고 털어놨다.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이어서 피할 수 있으면 끝까지 피하고 싶었어요. TV로 배가 침몰하는 것을 목격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는 무기력했던 기억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출연을 선택한 것은 영화가 그날의 아픈 기억을 드러내는 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살아갈 힘을 얻는 희망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세월호의 침몰 과정을 모두 목격한 한국 국민이 관객이 되는 셈이라, 연기를 통해 그분들에게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을) 납득시키는 게 숙제라고 생각했다"면서 "이런 와중에 '생일'에 보여준 이탈리아 관객의 눈물과 공감이 정말이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영화가 세월호 사건을 직접 겪은 한국인들에게만 울림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떠나 보편적인 슬픔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을 가졌음이 입증된 것에 대한 주연 배우로서의 안도감이 묻어나는 발언으로 여겨졌다.

그는 한국에서 세월호 사건을 그만 들추자는 사람들도 존재하고, 이 영화에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이 영화에 출연을 결정했을 때부터 정치적인 공격,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며 "배우는 연기로 말하는 만큼 연기로 관객을 어떻게 잘 설득할 수 있을까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답변했다.

관객은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이종언 감독에게는 영화의 절정을 이루는 아들 수호의 생일 파티 장면을 한 번에 쭉 찍었는지,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촬영했는지를 질문했다.

이 감독은 "중간에 컷을 하면 감정이 끊길 것 같아서 한 번에 이어서 찍고 싶었지만, 50명이 넘는 사람이 한 공간에서 총 25분가량 이어가는 장면이라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제 촬영을 하기 전날 리허설 때 '시작할게요'라는 말만 하고 찍기 시작했다"며 "배우들이 연기가 아니라 실제처럼 임했고, 다음날에도 결국 한 번에 이 장면을 찍는 데 성공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전도연은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그 장면이 굉장히 두려웠다. 슬픔이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생일 파티 장면에 참여한 모든 배우들이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면서 슬픔을 함께 나누고, 서로 도와가면서 장면을 완성했다"고 거들었다.

그는 "힘들고 고통스러울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서로 위로하면서 치유를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객은 이 영화에 대한 실제 유가족의 반응을 궁금해했다.

이종언 감독은 "유가족과는 이 영화를 두 번 함께 봤다. 첫 번째는 유족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최종 완성본을 내기 전에, 두 번째는 개봉 후 출연 배우들, 유가족과 모두 함께 봤다"며 "유가족은 '우리의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면서 배우들을 안아주고, 손수 준비한 선물을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개막식에서 영화제가 주는 평생 공로상을 받은 전도연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은데 벌써 이런 상을 받는다는 게 쑥스럽다"면서도 "배우 전도연을 응원하고, 더 좋은 영화를 찍으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활짝 웃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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