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해주세요"…달구벌 밤하늘에 3천개 풍등 '둥실'

입력 2019-04-27 21:23
"행복하게 해주세요"…달구벌 밤하늘에 3천개 풍등 '둥실'

대구서 '소원 풍등 날리기' 개최, 5만여명 찾아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우~와~" 대구 두류야구장을 가득 메운 구름 인파의 탄성이 터지며 각자의 소원을 담은 풍등 3천개가 밤하늘로 둥실둥실 떠올랐다.



밝은 주황색 풍등은 검은 하늘을 수 놓으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친구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필리핀인 조이스 앤 오살라스(20·여) 씨는 "지금 너무너무 행복하다. 삶의 변화를 가져다준 경험"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금오공과대학 외국인 교환학생이라고 밝힌 조이스 씨는 "한국에 온 지 두 달 됐다. 뭔가 한국적인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찾아왔는데 정말 잘 온 것 같다"라고도 했다.

27일 열린 소원 풍등 날리기는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는 달구벌 관등놀이의 부대행사다. 수천개 풍등이 멋진 장관을 펼치는 것이 입소문을 타며 대구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일본, 대만, 동남아, 유럽, 미주 등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만 1천명이 넘었다.

경찰 추산 5만여명이 운집한 이 날 행사에서는 시작 4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행사장 주변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연인, 친구, 가족들과 자리를 잡은 이들은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며 풍등에 각자의 소원을 적었다.



'로또 1등 당첨되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이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가족과 본인, 친구 등 지인의 행복을 바라는 소원이 가장 많았다. '올해는 연애할 수 있을까요?'라는 가슴 짠한(?) 소원도 눈에 띄었다.

친구 4명과 풍등에 소원을 적던 여인서(25·여) 씨는 행사장을 찾은 소감을 묻자 "사람이 진짜 많아서 사람 구경 온 것 같다"며 "대전에서 왔는데 친구들이 바빠서 시간 맞추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함께 오니 재밌다"고 전했다.



한편 대구시는 화재 등에 대한 안전 대책으로 행사장 지표면의 순간풍속이 2m/s 이상일 경우 풍등 날리기를 자제하고 풍등 외피는 방염성능이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또 소방당국은 차량 47대, 인원 192명을 현장에 배치하고 풍등 날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오후 8시께부터 행사장 주변 3km 이내의 소방관서에 순찰을 강화했다.

mtk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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